이지안 반려견 독살 분노에 '유박비료' 악몽 떠올리는 사람들
2021.04.22 13:07:28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배우 이병헌의 동생 이지안이 누군가 담장 너머로 던진 독약에 반려견이 죽었다고 분노한 가운데 유박비료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리신이라는 치명적인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유박비료. 위험성은 끊임없이 지적돼 왔고 목숨을 잃은 반려견 역시 많지만 여전히 공원과 밭에는 유박비료가 뿌려지고 있다.
방송인 이지안은 지난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래브라도 리트리버 반려견 둥이 사진과 함께 "내 새끼..사랑하는 둥이야...꿈에서 "사랑해 엄마"라고 해줘서 너무 고마워.."라며 "엄마가 나쁜 살인자놈을 꼭 잡을꺼야"라고 분노했다.
이지안은 무슨 일인지 묻는 지인들의 질문에 "어떤 놈이 담넘어 독약을 던졌어요"라고 답했다. 담장 너머로 누군가 던진 독극물이 든 것을 둥이가 먹고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이 먹고 사고를 당할 수 있는 독극물로 흔히 쥐약과 유박비료가 꼽힌다. 유박비료는 주로 아주까리로 만드는데 0.001g의 극소량이라도 사람에게 치명적이라는 리신을 함유하고 있다. 수의사들에게 리신은 익숙하면서도 끔찍한 독극물이다.
유박비료도 쥐약처럼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산책에 나섰다가 자칫 사료로 알고 먹을 수 있다. 하늘색의 쥐약이 쉽게 구별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유박비료는 고소한 냄새에 모양까지 사료와 비슷해 사고 위험성은 더 높다. 비에 잘게 부숴져도 냄새는 여전히 남는다. 밭이나 과수원은 물론 공원에도 사용되고 있어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유박비료 규제를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리기 한 달 여 전인 6월28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애견 동반 카페를 찾았다가 카페 주변에 살포한 유박비료를 먹은 것으로 보이는 반려견을 사흘 만에 잃은 주인이 올린 것이었다.
주인은 카페에 다녀온 이후 갑자기 구토와 복통, 기력저하, 식욕부진 증상을 보이는 반려견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처음에 이유도 몰랐던 주인은 뒤늦게서야 유박비료 때문이라는 것을 확신하고선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청원이 올라오기 석달 전에도 호수공원에 산책갔다가 유박비료를 먹고 죽었다면서 규제해달라는 비슷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애견 카페 사례가 꽤많이 알려졌지만 올해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경기일보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경기도 구리시의 한 아파트에 유박비료가 뿌려졌다. 반려견에게는 치명적인 유박비료라는 언급 없이 그저 비료를 뿌렸으니 당분간 반려동물의 정원출입을 삼가해달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을 뿐이었다.
정부 청사도 마찬가지였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정부인천지방합동청사의 녹지 공간에 유박비료가 살포됐다. 인근 주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곳으로 정부인천청사는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부랴부랴 수거조치했다.
유박비료의 위험성이 끊임없이 지적되자 정부는 유박비료를 용도를 농업용으로 제한하고 개와 고양이에게 유해하다는 경고문구를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규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현재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구매할 수 있는 유박비료가 와르르 쏟아진다. 값도 저렴한 까닭에 반려동물에게 위험하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키우고 그렇지 않고에 상관없이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유박비료가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봄과 초여름 보호자들이 반려견이 길위에 떨어진 것을 주워먹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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