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와 엄마의 차이

무리를 이룬 늑대는 먹이 피라미드의 정점을 차지한다. 사향소 무리를 사냥하는 북극 늑대 무리, 2018년 6월 미국 유타주 브리검영대학교 부설 자연사박물관에서 촬영

 

[노트펫] 개는 자신의 주인에 대한 변치 않는 충성심을 가진 동물로 여겨진다. 어학사전 속 충성의 의미는 “진정(眞情)에서 우러나오는 정성(精誠)스러운 마음”이다. 24시간 주인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개의 행동을 보면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고양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고양이는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밀고 당기는 ‘밀당’의 고수 같은 인식을 여전히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충성심과는 거리가 있는 동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두 동물의 이러한 차이는 그들이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는 인식의 차이와 관계 깊다. 개는 자신과 같은 집에서 동거하는 사람을 보스(boss)로 생각하고 따르는 반면 고양이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본부장님이나 부장님 대신 자신의 어미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늑대의 가까운 친척이며 후손인 개는 무리 생활에 익숙하다. 늑대 무리에서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존재가 리더가 된다. 힘이 약한 늑대들은 그런 리더를 자신의 보스로 추앙하고 복종한다. 그리고 그런 존재의 지시에 순응한다. 같은 어미에서 태어난 형제자매 사이에도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게 늑대의 세상이다. 

 

개의 눈으로 인간을 보자. 인간은 개가 극복하기 어려운 체구로 엄청난 크기의 거대 생명체다. 개가 기꺼이 보스로 추종할만한 가치 있는 존재가 분명하다. 자신에게 먹을 것과 안전한 잠자리를 보장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무리 생활이 본능인 개가 섬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고양잇과동물 중에서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은 사자뿐이다. 그런데 사자의 무리 생활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프라이드(pride)라고 불리는 무리가 없으면 사자는 초원에서 하이에나 무리와의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자는 프라이드에서 생활한다. 브리검영대학교 부설 박물관에서 촬영

 

고양이는 사자보다는 밀림에서 몸을 숨기고 홀로 사냥하는 호랑이나 나무 위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표범과 비슷한 생활을 한다. 작고 고독한 사냥꾼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집단생활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 발을 들인 이후 고양이에도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기존 생활 습관을 버리고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른다.”는 불문율에 순응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과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의 마음은 아직 완전히 개처럼 바뀌지는 않았다. 개가 자신의 주인을 보스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고양이는 자신의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보스 대신 자신과 분리되지 않는 엄마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생 고양이의 생애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자신을 부양하는 시기는 유아기뿐이다. 그 시기의 새끼 고양이는 전적으로 어미 고양이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받는다.

 

현대사회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주인은 본질적으로 어미와 같다. 먹을 것은 물론 안전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어미는 새끼의 털을 연신 고르며 애정을 듬뿍 준다. 고양이 주인들도 그와 비슷한 사랑을 고양이에게 준다. 부드러운 손으로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면서 이름을 불러준다. 다 큰 고양이도 주인의 이런 애정 공세를 받으면 좋아하고 즐긴다.

 

외출을 나온 새끼 길고양이들. 근처에 보금자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5년 11월 대전에서 촬영

 

어미 고양이가 제공하는 안전보장 서비스에는 외부 출입 제한도 포함된다. 어린 새끼는 어미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공간으로는 잘 나가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한다. 집고양이도 이런 제한을 받는다. 아파트 현관문 밖으로 고양이가 잘 나가지 않는 것도 이런 것과 관련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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