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말씀과 길고양이들이 내는 소음의 관계
[노트펫] 21세기 현대사회의 가족은 부부와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으로 구성되는 핵가족(nuclear family)이 주류다. 최근에는 미혼, 비혼, 이혼, 사별, 별거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독신 가족의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25년에는 1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 구성의 31.3%, 그 뒤는 2인 가구로 31.2%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가족 구성원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징이 되고 있다.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이전 전통사회에서는 대가족(extended family)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대가족은 부부를 기준으로 그들의 미혼자녀와 더 넓은 범위의 친족 구성원을 포함한다. 필자의 경우, 할아버지와 부모님 그리고 아들 삼형제 등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원이 한 집에서 옹기종기 살았다.
필자의 성장기에 미친 할아버지의 영향은 매우 컸다. 아버지는 새벽별 보기 운동의 대표선수였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밤이 깊어지면 비로소 귀가하셔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거의 없으셨다. 그 빈 자리가 할아버지가 대신했다.
그 시절만 해도 많은 가장들은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셨다. 아버지에게는 토요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혹시나 일찍 귀가해서 중국집이나 빵집에서 외식이나 할까 기대해 보았지만 역시나 야근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는 일요일이 되면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피곤을 견디지 못했다. 정오가 될 때까지 주무셨다. 일요일도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는 것은 점심과 저녁뿐이었다.
할아버지는 자연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셨다. 특히 동물 키우기의 달인이었다. 논농사나 밭농사 같은 식물 재배는 물론 시골에서 소, 돼지, 닭 같은 가축들을 많이 키우셔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손을 거치면 뭐든 쑥쑥 자라고 튼튼해졌다. 할아버지는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이 되었다는 미다스 그 자체였다.
할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 중 지금까지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무릇 사람 사는 마을이라면 개 짖는 소리, 닭이 우는 소리, 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손자가 어른이 되어 그 말을 해석해 보면 대략 이런 의미인 것 같다.
닭의 울음소리가 이어진다는 것은 그 만큼 닭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니 그 마을에는 달걀과 고기 걱정이 없게 된다. 양질의 단백질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집집마다 개를 키워 개가 많으면 좀도둑이 활동하기 어렵기에 밤에 푹 잘 수 있다.
아이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가정이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한말에 태어나서 청춘을 일제 치하에서 힘들게 고생하셨던 할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먹을 게 풍족하고, 치안이 잘 되어 있고, 아이들이 많은 그런 마을이라면 얼마나 행복한 마을이냐고 생각하신 것 같다.
최근 길고양이 학대사건의 경우, 고양이가 내는 소음이 주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현대인의 특징 중 하나는 작은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아파트 위층 아이가 내는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관리사무소에 항의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소득은 높아졌고 국부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했지만 인심은 과거보다 각박해졌음을 실감한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길고양이에게 적용할 수도 있다. 길고양이가 밖에서 운다는 것은 거리에 고양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고양이의 존재는 설치류에게는 재앙과 같다. 왕성한 식욕과 무서운 번식력을 가진 쥐는 길고양이 때문에 활발하게 먹이 및 번식 활동에 집중하기 어렵다.
한국 도시의 뒷골목이 쥐의 천국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길고양이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내는 약간의 소음은 이해하고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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