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어머니의 '순살 생선밥'

[나비와빠루] 제 6부


[노트펫] 전업주부인 어머니가 평소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가족의 식사였다.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몸도 튼튼하고, 일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머니의 평소 소신이었다. 

 

그런데 어머니 음식 철학에는 사람은 물론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들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요즘은 개와 고양이를 다른 동물들과는 구분해 반려동물(companion animal, 伴侶動物)이라고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83년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 주최 세미나에서 노벨의학상 수상자이며 동물행동학자인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가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을 제시한게 최초다. 사람으로 치면 반려동물은 40살도 안 된 청춘이다.

그러므로 나비와 빠루가 살던 1970년대만 해도 ‘반려동물’이라는 용어 자체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다. 개와 고양이는 당시는 그냥 동물의 일종이었다. 기껏 그들을 존중한다는 용어가 살아 있는 장난감이라는 의미를 가진 '애완동물(愛玩動物)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취급하든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극 정성으로 그들의 끼니를 챙기고 아낄 뿐이었다. 마치 당신의 어린 아이들이 몇 명 더 있는 것처럼 대우해주었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를 부를 때도 “우리 아가들”이라고 했다.

 

당시는 시중에 개와 고양이 사료를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어머니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나비와 빠루의 식사를 준비했다. 반려동물의 음식은 사람의 음식과 질적 차이가 없었다. 초등학생의 눈에는 오히려 더 좋게 보였다. 생선뼈와 가시의 유무(有無) 때문이었다.

 

우리 가족들의 생선 사랑은 워낙 유별났다. 그래서 거의 매끼 생선 구이나 조림이 식탁에 올랐다. 그런데 사람들이 먹는 상에 오른 생선은 뼈와 가시가 포함되었지만, 나비와 빠루가 먹는 생선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순살 치킨’처럼 ‘순살 가자미’ 혹은 ‘순살 고등어’였다. 뼈가 없는 생선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은 것 같다.

 

어머니가 준비한 가자미 구이, 2011년 촬영

 

생선은 맛있지만 뼈나 가시를 바르는 것이 귀찮은 일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식사 때 마다 뼈를 발라달라고 어머니에게 부탁을 하면 “너는 손이 없냐?”면서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면 식사를 하시던 할아버지가 말없이 뼈를 발라 손자의 밥 위에 올려놓곤 했다.

 

그런 어머니가 이상하게도 동물들의 밥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뼈와 가시를 발라서 올려 주었다. 하루는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 나왔다.

 

“너는 손이 있고 손가락도 있다. 더구나 젓가락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니 뼈와 가시를 바를 수 있다. 하지만 나비와 빠루는 손이 없다. 그 아이들은 발 밖에 없다. 엄마가 가시를 발라주지 않으면 목에 가시가 걸려 죽을 수도 있다. 빠루는 이제 두 살 밖에 안 되었고, 나비는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았다. 애기들 보기 창피하지 않냐. 어리광 그만부리고 책이나 봐라.”

 

어머니가 생각한 생선뼈를 바르는 문제의 본질은 나비와 빠루에게 큰 아들이 엄마의 사랑을 빼앗겨서 질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맞는 얘기였다.

 

어머니의 뼈 때리는 지적에 그날 저녁 일기장에 “지금부터 뼈와 가시를 혼자 바르겠다.”고 적었다. 물론 다음날 아침에도 생선뼈를 발라달라고 했다고 꾸중을 듣고, 할아버지가 대신 발라주신 기억이 지금도 난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