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날개, 사람의 손, 개의 발을 합치면 고양이의 앞발

[나비와빠루] 제 54부

 

 

[노트펫]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느 휴일이었다. 고양이 나비는 스피츠 빠루와 신나게 놀다가 무슨 일로 심통이 났는지, 앞발로 빠루의 머리를 내리치고 있었다. 빠루는 하루 이틀 당한 게 아니어서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 광경을 다른 날과 달리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관찰력은 남달랐다. 특히 동물들에 대한 부분은 손자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날 할아버지의 관찰 대상은 나비의 앞발이었다. 잠시 후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동물 앞발의 쓰임새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할아버지의 분석 결과, 모든 동물에게 발은 이동수단이다. 앞발, 뒷발 모두 이동수단인데, 일부 동물들이 앞발의 용도를 바꿔 사용하기도 한다. 새와 사람이 그렇게 앞발의 용도를 변경한 대표적인 존재들이다.

 

새는 자신의 앞발을 날개로 바꿔 사용한다. 그래서 새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걸어 다니지 않고 하늘을 자유롭게 난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지만 새는 앞발을 포기했기 때문에 그 이외 용도로 자신의 앞발을 사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사람은 앞발을 손으로 바꿔 사용한다. 그래서 사람은 다른 동물들은 불가능한 다양한 창조 활동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손으로 자신의 창조물을 여러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그 타이밍에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농사를 언급했다. 사람은 손이 있기 때문에 벼를 심을 수 있고, 피도 뽑을 수도 있고, 농약도 뿌릴 수 있다. 오늘 아침에 먹은 쌀밥은 앞발 대신 손을 선택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 덕분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할아버지에게도 벽과 같이 막히는 동물이 하나 있었다. 조금 전까지 관찰대상이었던 고양이의 앞발이었다. 할아버지는 고양이의 앞발은 다른 네발짐승과 같은 이동수단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동일한 것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남다른 독특함이 있다고 했다.

 

새를 잡기 위해 앞발을 사람의 손처럼 사용하는 서벌. 물론 새 사냥에 재능이 있는 고양이도 서벌과 같은 친척들이 하는 행동을 곧잘 따라한다. 2018년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촬영

 

할아버지는 고양이가 자신의 앞발을 새의 날개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사람의 손처럼 사용하기도 하며, 개의 앞발과 같은 이동수단과 같은 용도로도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맨유에서 전성기를 보낼 당시 박지성 선수처럼 멀티 플레이어 같은 쓰임새다.

 

나비가 높은 담 위를 폴짝 뛰어오를 때 앞발의 쓰임새는 마치 날짐승의 날개와 비슷하고, 그릇에 담긴 생선을 꺼내거나 아까처럼 빠루의 얼굴에 펀치를 날릴 때는 영판 사람의 손과 같으며, 담벼락 위에서 마구 뛰어다닐 때를 보면 개의 앞발과도 비슷하다.

 

여기까지 분석한 할아버지는 고양이가 복잡하고 멋진 동물이어서 앞발이 여러 동물의 앞발을 합친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며 서둘러 말씀을 마쳤다.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급히 마무리한 이유는 점심 식사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인데, 이런 분석 정도야 밥을 먹고 계속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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