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와와는 결코 참지 않는다

[나비와 빠루] 제 63부 덩치 큰 아키타를 혼비백산하게 만든 치와와

 

[노트펫] 빠루는 스피츠답게 경계심이 많았다. 자신의 영역인 마당에 외부인이라도 들어오면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주인이 나와 교통정리 할 때까지 목청껏 짖어댔다. 그렇게 집에서는 용맹함을 자랑했던 빠루였지만, 집 밖에 나가면 정반대였다.

 

자신보다 덩치 큰 개가 지나가면 빠루는 고개를 돌려 애써 외면하면서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무서움을 느끼는 존재일 경우에는 주인에게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을 몸짓으로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빠루의 이런 행동은 어린 필자의 눈에는 다소 비겁하게 보이기도 했다. 할아버지에게 “빠루는 자기보다 힘이 센 개는 외면한다.”며 빠루에 대한 흉을 보았더니, 할아버지는 “그게 현명한 거다. 괜히 싸움이라도 붙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며 빠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몇 년이 흘러 중학교 때 일어난 일이다. 하루는 사촌동생이 치와와를 데리고 왔다. 치와와는 까칠한 성격으로 유명하지만, 그 치와와는 필자와 이미 구면이어서 경계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짱구처럼 튀어나온 머리를 쓰다듬어도 필자의 손을 핥을 뿐이었다.

 

필자의 지인이 키우는 장모 치와와. 이 이야기와는 무관하다. 당시 사촌동생이 키웠던 치와와는 옅은 황갈색(fawn)의 단모종이었다.

 

사촌동생이 마당에서 노는 것이 지겨웠는지, 집 앞의 골목에서 공놀이를 하자고 했다. 치와와에게 작은 공을 던져주었더니 자신의 앞발과 코로 튕기며 놀았다. 작은 인형이 움직이는 것 같아 귀여웠다. 하지만 평화는 십분도 되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골목 초입에 덩치가 큰 아키타(秋田犬) 한 마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만 해도 개를 집 밖에 풀어 놓고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아키타도 그런 경우였다. 지금 그렇게 하면 당장 민원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때만 해도 양해하고 지나갔다. 아키타는 덩치는 컸지만, 평소 사납지 않았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기도 했다.

 

사촌동생의 치와와는 자신에게서 20여 미터 떨어진 아키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상대를 향해 달려갔다. 놀라운 것은 아키타가 치와와를 보더니 혼비백산해 도망간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손을 쓸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치와와를 쫓기 시작했다. 치와와가 아키타에게 물리면 죽을 수도 있기에 무지 걱정이 되었다. 체중 40kg이 넘는 아키타가 도망가고, 그 뒤를 2kg이 안 되는 치와와가 추격하고, 그 개들을 중학생 두 명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가는 이상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아키타는 다리가 길고 지구력이 강하다. 금방 보이지 않았다. 아키타가 눈에서 보이지 않자 짧은 다리의 치와와는 숨을 헐떡이며 추격을 포기했다. 그리고 땅에 드러누웠다. 다행히도 아무도 다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이상한 레이스가 끝났다.

 

 

 

 

그런데 사촌동생이 드러누운 치와와를 안으며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벌써 몇 번째니 이 녀석아!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난다.” 그러면 과거에도 이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치와와는 겁이 없다.’는 말이 있었다. 그날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사촌과 함께 상당한 체력을 쓰면서 이를 몸으로 확인했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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