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철 수의사가 본 가장 무서운 '고양이 유전질환' 5가지

[미야옹철의 냥냥펀치] 완치도 없고, 관리 밖에 할 수 없는 유전질환...!

미야옹철이 진료하며 본 케이스들 중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품종별 유전질환 사례 5가지를 꼽아봤습니다.

 

1. 스코티쉬폴드(골연골 이형성증, SOCD)

 

피를 철철 흘리면서,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하며 내원한 하얀 고양이 바로 스코티쉬폴드의 골연골 이형성증 질환이었습니다. 

 

 

뼈가 이상한 건데 왜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났을까요? 뒷발목 쪽 뼈가 계속 자라나면서 피부를 찢고 나와 피가 나고 진물이 나는 상태였던 것이죠.

 

사는 동안 얼마나 걸어 다니면서 심한 통증을 느끼며 힘들어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원래 스코티쉬폴드라는 품종은 스코트랜드에서 발견된 자연 유래의 품종입니다. 귀가 접힌 모습, 동글동글한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좋아하는데요. 사실 일종의 연골의 기형 상태 때문에 귀가 접히게 된 겁니다.

문제는 귀가 접힌 아빠 고양이와 귀가 접힌 엄마 고양이를 교배하게 되면 100% 골연골 이형성증이 문제가 되는 새끼들이 태어나게 된다는 건데요.

 


​빠르면 6~7개월령에서도 꼬리가 뻣뻣해지면서 다리, 발목 관절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를 볼 수가 있습니다.

제가 봤던 '피부를 뚫고 뼈가 자라 나온 케이스'는 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절 부위에 계속된 통증이 있기에 이 통증을 컨트롤하는 방법은 진통제를 먹으면서 관리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통증은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고 만성 통증으로 계속해서 고양이를 따라다니게 되는 것이죠. 

사람들의 귀여움을 위해서 번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미야옹철이 겪었던 가장 안타까웠던 첫 번째 고양이 품종 유전질환으로 꼽았습니다.

2. 히말라얀(다낭성 신장증, Polycystic kidney)

 

배는 점점 불러오는 것에 반해 비쩍 마른 상태로 병원에 온 고양이, 사료도 거의 먹지 않은 상태였고 최근 6개월간 몸무게가 1kg 정도 빠진 상태였습니다.

과연 이 품종은 어떤 품종이었을까요?

 

바로 히말라얀인데요. 폴리시스틱 키드니(Polycystic kidney). 다낭성 신장증이라는 유전질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장에 실질 부위에 기능을 할 수 없는 낭포가 계속 형성되는 질병으로 낭포가 계속 커지면서 신장이 커져 배가 불러 보였던 겁니다.

히말라얀이나 페르시안 같은 종에서 40% 정도 내외의 고양이들이 이 유전질환을 가지고 있고, 혈액검사 상 잘 나타나지 않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신장이라는 장기 자체가 대부분의 기능을 소실해야만 수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 품종을 키우신다면 어렸을 때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신장 상태를 꼭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은 사실 없습니다. 하지만 급성신부전시 최대한 빠르게 남아있는 부위의 신장 기능을 끌어낸다면 기대수명을 조금 더 늘려줄 수는 있죠.

3. 랙돌(편측성 자궁 및 신장 무형성증)

6개월령의 너무 아름다운 미묘가 병원에 중성화 수술을 하러 왔습니다.

보통 30분 내외에 끝나는, 2-3cm 내외 절제하는 중성화 수술이 1시간이 넘게, 10cm에 가까운 범위를 절제하게 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품종은 랙돌입니다.

이 고양이는 특징적으로 자궁 한쪽이 잘 발달하지 않고 같은 방향의 신장 또한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다른 품종에 비해서 월등히 비율이 높습니다.

 


중성화 수술은 한쪽 자궁을 견인하면 연결된 반대편 자궁이 따라 나오게 되는데 이 케이스의 경우 자궁이 온전히 형성되지 않고 중간에 끊겨있었기 때문에 다른 쪽의 자궁과 난소를 찾기 위해 제왕절개를 하듯 배를 넓게 절개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또한 평생 하나의 신장으로 살아야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약한 신장을 관리하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보통은 우리가 마취 전 검사로 흉부 X-ray 검사만 하게 되는데 랙돌의 경우에는 꼭 복부 X-ray 검사를 통해서 양측 신장이 다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수술에 접근하는 게 더 유리한데요.

 

 

만약 신장 한쪽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하면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온전히 양측에 자궁 구조가 유지되어 있는지 추가적으로 확인해보는 게 좋겠죠?

 


​그리고 랙돌 같은 경우에는 비대성 심근병증도 유전질환으로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해보는게 좋습니다.

4. 아비시니안(피루브산염 키나아제 결핍증, Pyruvate kinase deficiency)

 

이틀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밥도 잘 먹고, 잘 놀았다던 이 고양이. 갑자기 오늘 아침부터 심하게 구토를 하고 눈 주변, 잇몸이 누렇게 변한 상태로 병원에 왔습니다. 알고 봤더니 3일 전부터는 집안의 벽을 계속해서 핥고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네요.

 


이 고양이는 바로 아비시니안 고양이었습니다. 아비시니안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피루브산염 키나아제 결핍증(Pyruvate kinase deficiency)는 적혈구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한 유전질환인데요. 

 


혈액검사를 했을 때 세망 적혈구라고 하는 'reticulocyte' 수치가 높았고, 빈혈 상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는 적혈구를 끊임없이 열심히 만들어 내고 있는데도 빈혈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역설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혈액 종양일 수도 있지만 이 고양이의 경우 최종적인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 유전 질환임을 알 수 있었는데요.

'Pyruvate kinase'라는 효소가 부족하게 됨으로써 적혈구가 원래 수명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빨리빨리 깨져버리기 때문에 골수는 끊임없이 이 적혈구를 만들어 내게 되고, 결국은 골수 황폐화 상태가 됩니다.


​문제는 이 질병이 있게 됐을 때 합병증이 같이 발생한다는 건데요. 실제로 이 고양이의 경우 갑자기 담낭 안에 커다란 담석이 생겨 담관을 막아서 담낭이 파열되는 응급상황이 생겼습니다.

 

이 유전질환의 경우 아이의 평균 수명을 짧게 만들고, 계속해서 빈혈을 수혈을 통해 관리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비시니안 같은 경우에는 신장에 아밀로이드가 축적이 돼서 신장 기능을 못하여 진행성 망막 위축증으로 인해 눈이 멀게 되는 유전질환도 발생할 수 있는데요.

슬개골 탈구증도 아비시니안 품종 소인에 의한 질환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비추어보았을 때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아비시니안 비율 중의 많은 비율이 고양이 백혈병에 노출되어있는데요 .

계속된 번식장 번식으로 인해 백혈병이 근절되지 않고 아비시니안 종에서만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우리 집 고양이가 아비시니안 종이라고 한다면 고양이 백혈병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꼭 확인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메인쿤(고관절 이형성증)

 

"선생님 저희 집 고양이가 똥을 너무 못 싸요ㅠㅠ"

 


​변비걸린 이 고양이는 바로 메인쿤입니다.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겁도 없고 되게 신사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이 메인쿤. 북미의 메인주에서 처음 발견된 이 고양이는요. 고관절 이형성증이라는 유전질환을 많이들 가지고 있습니다.

2015년 미국 동물정형외과재단에서 고관절 이형성증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 중에 90% 이상이 메인쿤이었어요.


골든 리트리버라고 강아지, 대형견들에게서도 보이는 이 질환, 고관절 이형성증 때문에 쭈그려 앉아서 배변 보는 자세를 취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힘들어했던 거예요.

통증이 있으니까 변을 참게 되고 변을 참게 되니까 변이 딱딱해지고 변비가 되어 점점 결장 부위를 늘려왔던 거죠.

나중에 이게 점점 심각해지면 결장이 아예 운동을 안 해버리는 거대결장증이 생겨 결장을 절제해서 제거해야 되는 상황까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외과적 수술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거대묘였기 때문에 조금 더 후유증이 남을 확률이 더 높아요.


​신사묘, 거대묘에 대한 로망 때문에 이 고양이를 데려오신다면 우리 집 고양이가 힘들어하고 변비로 고통받는 상황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꼭 한번 기억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브리티쉬 숏헤어도 혈액형 때문에 주의해야한다고요? 궁금하다면, 영상으로 함께 확인하러 가요~!

 

 


지금까지 미야옹철이 겪었던 가장 안타까웠던 품종묘들의 유전질환들.

순종을 고집하면 고집할수록 품종이 가지고 있는 유전질환들은 더 또렷하게 나타나게 되고, 치료가 어려운데요.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를 반려하기 시작하실 때 이런 부분들에 대해 생각해보시고, 내 사랑스러운 반려묘가 말씀드렸던 품종묘라면 유전자 검사를 해보시거나 조금 더 조심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 꼭 확인해보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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