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고양이가 마당에 새끼 고양이를 두고 바라만 보던 이유 '좀만 도와줘'

2024.09.20 15:44:16    박찬울 기자 cgik92@inbnet.co.kr
사진=youtube/@올블루부부 (이하)

 

[노트펫] 길고양이가 사람이 사는 집 마당에 자기 새끼 고양이를 내버려 두고 바라만 보고 있었던 사연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제주도에 거주하는 닉네임 '올블루부부 채회장'님(이하 제보자)은 자신의 집 마당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목격했다.

 

최근 들어 집 앞에 어미 길고양이와 새끼들이 종종 나타나곤 했었다는 제보자. 다만 다가가면 어미는 하악질을 하고 새끼들은 후다닥 도망가 버리는 바람에 멀리서 밥만 챙겨주곤 했단다.

 

그런데 새끼 고양이 중 한 마리가 마당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 아닌가. 그토록 잘 뛰어놀던 모습은 어디 가고 다리에 힘을 못 쓰는지 일어나지 못한 채 계속 넘어지는 모습이었다.

 

 

그 옆에는 어미 고양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제보자가 다가가도 하악질을 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제보자는 새끼 고양이가 다리를 다쳤다고 생각해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수건으로 새끼 고양이를 감싸안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제야 어미 고양이도 자리를 떠났다.

 

"마치 잘 치료해 주라고 하는 것 같았다"는 제보자. 다친 새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자주 오던 장소에 데려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 듯해 마음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새끼 고양이는 다리를 다친 것이 아니었다. 병원에서는 신경계 이상으로 마비가 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행히 모든 신경이 죽은 것은 아니었기에, 제대로 된 식사와 배변 활동을 지속한다면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도 있었다. 문제는 누군가 이 고양이를 24시간 돌봐줘야 한다는 것.

 

 

그렇게 제보자 부부는 예정에도 없던 육아를 시작하게 됐다. 이들은 고양이에게 '태풍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계속 밥을 먹이며 배변 활동을 도와줬다. 신경이 돌아올 수 있게 수시로 마사지를 해주기도 했다.

 

놀랍게도 태풍이는 점점 몸에 힘이 생기더니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됐고, 사료도 먹게 됐다. 제보자는 "현재는 밤마다 뛰어다니는 캣초딩이 됐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다리 힘의 70% 이상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태풍이가 계속 길에 방치되어 있었다면 지금 같은 모습은커녕, 심하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행히 제보자 부부를 만난 덕분에 평범한 고양이로 변해가는 모습이 훈훈함을 자아낸다.

 

태풍이를 맡기고 간 어미 고양이도 이 사실을 아는 걸까. 마당에서 태풍이를 어미와 만나게 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 손이 탄 태풍이를 무시하지 않고 그루밍까지 해주는 모습이었다고.

 

 

제보자는 "우선 태풍이의 면역력이 회복되면 접종을 마치고 중성화 수술을 시킬 예정"이라며 "그 후가 고민이다. 스쿠버다이빙샵을 운영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은데, 저희가 태풍이를 계속 돌보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마당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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