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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에서 알아서 '처리'하라던 개를 다시 견주에게 돌려보내야 했던 이유

2025.07.03 15:56:05    박찬울 기자 cgik92@inbnet.co.kr
사진=instagram/@_e.l.ove (이하)

 

[노트펫]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강아지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견주에게 돌아가게 됐다.

 

지난달 9일 '망고'라는 이름의 이 강아지는 옷을 입고 잘 미용된 모습으로 길을 떠돌다 구조돼, 부산의 하얀비둘기 동물보호소에 입소했다.

 

다행히 오랫동안 동네에서 애견 카페를 운영하던 사장님 한 분이 망고를 알아봤다. 견주의 연락처도 알고 있었기에 이대로 망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연락이 닿은 견주는 "두 달 전 (망고를) 입양 보냈다"며 "입양자 번호도 모른다. 내 손을 떠난 것이니 보호소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했다.

 

하얀비둘기보호소 윤희순 운영위원장은 "처리는 곧 안락사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견주가 보호소에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기에, 소유권을 포기 받을 수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망고는 보호소에서 나와 임시 보호를 받으며, 새로운 가족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견주에게 연락이 왔다. 망고를 다시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견주는 남편이 반대하지만, 이혼을 하더라도 평생 망고를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고민이 많아졌다.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견주를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망고의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망고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었다. 다른 강아지에 대한 질투심으로 입질이 있어, 되도록 외동으로 입양 갈 수 있는 집을 찾아야 했다. 현실적으로 망고가 입양에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했고, 그마저도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며칠간 계속 견주와 통화를 하면서 고민한 윤 위원장은 망고의 행복을 위해 견주에게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망고가 견주를 그리워하고,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견주가) 망고를 안고 우셨던 그 마음으로 남은 견생을 책임지시기로 하셨다"는 윤 위원장. 공고 기간이 지나 소유 포기가 됐으므로, 견주는 인계가 아닌 입양계약서를 쓰게 됐다. 그 뒤에도 망고가 잘 지내는지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부산 사하구, 강서구, 사상구 유기동물보호를 맡고 있는 하얀비둘기보호소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기준으로 작년 한 해 구조동물 수 1,000마리가 넘는다. 입양 홍보를 통해 새 가족을 찾기도 하지만, 안락사 및 자연사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윤 위원장은 과거 하얀비둘기보호소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6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생명들이 가족을 만날 기회를 잃고 죽어 나가는 것이 안타까워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개선 하는 과정이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협조해 주지 않는 지자체로 인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하얀비둘기보호소는 재정난으로 타 보호소와 합병을 앞두고 있다. 윤 위원장은 "현 보호시설들의 수용 규모를 50%로 줄여 합병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 무리한 합병으로 무분별한 안락사가 예견된다"며 "시설 증축이나 보호 개체수의 분산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지자체가 한발 물러나 눈치만 보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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