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심쿵 꿀팁] 천사견과 악마견, 운명 가르는 골든타임

[노트펫] 골든 타임. 사고 발생시 인명 구조를 위한 초반의 중요한 시간을 지칭한다. 반려동물에게도 골든 타임이 있다. 천사견과 악마견은 이 골든타임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성장에도 단계가 있다. 신생기, 이행기, 사회화기, 청소년기의 발달과정을 거쳐 비로소 성견이 된다. 이 가운데 사회화기는 생후 4∼12주 사이로 사회적 행동을 습득하고 발전시키는 단계로 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사회화기가 중요한 이유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평생의 행동방식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보고 듣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호기심이 폭발적이어서 학습 최적기이다. 12주 이상이 되면서 이러한 발달은 점차 감소하여 학습능률이 떨어지게 되는데 예를 들어 8주령에는 3분이면 배울 것을 16주령에는 1시간이 걸리게 된다. 

따라서 골든 타임에 해당되는 사회화 시기를 그냥 지나쳐 버리면 문제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을 고치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게 된다. 이는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반려동물이 가장 많이 파양되는 시기는 6 ~ 24개월령인데 충분히 사회화되지 않은 반려동물의 경우 이 시기에 문제행동을 폭발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화 시기에 반려동물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바로 세상(엄밀히 말하면 사람 사는 세상)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반려동물이 살아가면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 동물, 상황, 사물, 환경에 대해 두려움을 없애고 익숙해지는 것이 성공적인 사회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 구성원 중에 남자 아이가 없는 가정의 반려동물이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되면 낯설고 두려워 짖는다든지 으르렁거린다든지 하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화 시기에 남자 아이를 본 적이 있고 그 아이가 간식을 주면서 쓰다듬어 줬다든지 공놀이를 해줬다든지 하는 좋은 기억이 있다면 '남자 아이' 라는 대상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사회화 시기에 다양한 자극 요소를 경험하고 그 경험이 즐겁게 기억된다면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두려움이 줄어들 것이고 문제행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어질 것이다. 사회화 시기에 집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물론 전염성 질환에 대한 위험이 있는 환경이라던지 반려동물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인 경우에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무리하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화 시기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학습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모두 악마견이 되는 것일까? 내가 아는 가장 멋진 개 중 하나인 루이는 흔히 말하는 3대 악마견 중 하나인 슈나우저이다. 루이는 지인이 사정상 못 키우게 되어 5개월 정도 되었을 때 재입양되었다. 이미 사회화 골든타임이 지난 후였지만 단어 뿐아니라 문장을 이해할 정도로 똑똑하고 벽지를 뜯거나 식탁다리를 씹는 등 의 흔한 말썽 한번 부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근사하게 루이를 키워냈는지 보호자에게 물었더니 '많이 놀아주고 말 걸어준 게 전부' 라고 했다. 악마견이 될 뻔한 루이가 천사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보호자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비틀즈의 노래 가사 처럼 필요한 건 사랑(All you need is love)인 것같다.  [글쓴이/ 김진희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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