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에 호되게 당하는 멍뭉이

2017.09.27 18:08:47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
"언니 화난 건 알겠는데 휴지는 왜 머리 위에 올리는 거야"

 

[노트펫]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온 이지혜 씨. 침대 위를 보니 갈기갈기 찢긴 휴지 조각과 동전들이 뒹굴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도주하지 않은 채 지혜 씨의 눈치를 보는 녀석, 한 살 반 된 풍산개 '청하'다.

 

이 정도 휴지파티쯤이야 귀여운 애교로 넘기는 것이 반려인의 내공. 하지만 지혜 씨는 풀이 죽어 있는 청하가 너무 귀여운 나머지 장난을 좀 쳐보기로 마음먹는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일부러 청하를 혼내는 척 연기를 한 것이다. 이렇게 청하는 몰래카메라의 주인공이 됐다. 

 

 

지혜 씨가 휴지를 머리 위에 올리며 다그치자 기가 죽은 청하.

 

엎드리라는 말에 바닥에 눕더니 지혜 씨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사랑스런 눈빛을 보내는 모습이다.

 

그와중에 지혜 씨가 손에 든 막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앞발로 지그시 누른 녀석. 지혜 씨는 몰래카메라에 잘 속고 있는 청하가 귀여워 자꾸만 웃음이 난다.

 

지혜 씨는 "청하 말고 노령견 한 마리을 함께 키우고 있는데 요즘 배변을 가리는 게 힘든지 오줌을 여기저기 싸고 다니거든요. 그래서 집 안 곳곳에 휴지를 놨는데 청하가 놓치지 않고 휴지파티를 즐기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얘 아직 화 안 풀렸나보네'

 

청하는 휴지뿐 아니라 화장실 실내화나 청소솔 역시 제자리에 놔두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족들이 자주 쓰는 물건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건들지 않는다. 일테면 이어폰이 아무리 바닥에 굴려다녀도 관심이 없다.

 

청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서 선물로 받은 풍산개 '우리'와 '두리'의 3대손이다.

 

풍산개는 원래 바깥생활을 익숙하지만 청하는 4개월 때 사고로 앞다리가 마비돼 1년간 치료를 받으면서 실내 생활에 완벽 적응했다고.

 

청하의 아가 시절

 

지혜 씨는 "어릴 적부터 '둥기둥기' 커서인지 애교도 많고 귀여워요. 진짜 혼나는 줄 알고 시무룩해진 것 좀 보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혜 씨는 가짜로 혼내는 것조차 안쓰러워 청하를 금세 품에 안았다.

 

청하가 생각한 큰 그림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청하는 기다렸다는 듯 지혜 씨에게 애교를 부리며 안기고 뽀뽀를 한다.

 

이 모습을 보면 과연 누가 몰래카메라에 당한 것인지 알쏭달쏭해진다. 혹시 완벽한 연기를 펼친 건 청하일지도 모를 일이다.

 

'언니랑 놀아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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