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서는 질염약, 동물에서는...
[노트펫] 남성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평생에 한 번쯤은 질염으로 인한 고통을 겪게 됩니다.
생식기에서 변색된 분비물이 나오거나 가려움증, 통증이 수반된다고 하는데요. 여성의 75%는 평생에 한 번은 경험하게 되고, 절반 가량은 1년에 2회 이상 재발한다고 하니 귀찮은 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염증의 원인은 크게 세균으로 인한 질염, 곰팡이에 의한 질염, 원충(트리코모나스)에 의한 질염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이 감염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나서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약물 중에 하나로 메트로니다졸이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질염 이야기가 아니라 메트로니다졸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겁니다. 사람에서는 일반적으로 질염 치료제로 사용되는 이 약이, 동물에서는 소화기 약으로 사용되기도 하거든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메트로니다졸은 생체 내에서 여러 가지 작용을 합니다. 작용기전이 완벽하게 연구된 것은 아니지만, 세균과 원충의 특정 효소를 불활성화 시키는 방식으로 억제 작용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일부 세균에 대한 항생제로 쓰이기도 하고, 원충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원충 치료제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반려동물에서는 메트로니다졸이 항생작용, 항원충작용과 더불어 항염증작용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충 감염으로 인한 대장의 질환 치료 이외에도, IBD 라고 하는 자가면역성 장 질환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람과 동물은 똑같은 약이라도 쓰는 방법도, 상황도, 이유도 다릅니다.
(사진과 본문은 조금 상관있음)
수의사들은 때때로 동물의 질병을 사람의 경우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호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의 하나일 뿐으로, 치료의 방향이나 방법이 사람과 같다는 뜻은 아니랍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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