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 콜리와 그들의 주인 바이킹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개로 알려진 보더 콜리. 그런데 이 개의 이름을 분석하면 해당 견종의 역사를 잘 알 수 있다. 보더(border)는 국경이나 경계를, 콜리(collie)는 양치기 개를 각각 뜻한다. 따라서 보더 콜리는 국경에서 양을 치는 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영국이 원산지인 보더 콜리의 이름에 붙어있는 국경선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것이다. 섬나라 영국은 현재 분단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경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하나의 국가인 영국은 오랜 기간 동안 잉글랜드왕국과 스코틀랜드왕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두 왕국은 서로 민족 구성이 달라서 치열한 전쟁도 여러 차례 벌이는 등 적대관계를 유지하였다. 물론 영토와 인구에서 밀린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에 병합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스코틀랜드인들은 자신들의 조국은 영국이 아닌 스코틀랜드로 보는 경향이 있다.
2014년 스코틀랜드는 유럽의 관심을 집중시킨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물론 병합된 지 수백여 년 만에 역사를 뒤바꾼다는 부담감 때문에 현재의 영국이 계속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주민투표가 이루어졌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전히 스코틀랜드인들의 독립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다시 보더 콜리이야기로 돌아간다. 이 개의 고향은 스코틀랜드 노섬벌랜드다. 노섬벌랜드는 과거 잉글랜드왕국과 스코틀랜드왕국이 통합되기 전에는 국경선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고향으로 하는 양치기 개가 보더 콜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보더 콜리의 조상은 원래 영국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영국 역사에서 8~10세기는 바이킹(Viking)들의 침입이 매우 잦았던 시대였다. 현재 국경선 기준으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들의 선조인 바이킹들은 웨일즈,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등 영국 해안가 전역에서 수백여 년 간 노략질을 일삼았다.
흉포한 바이킹들은 당시 거주지와 이동 경로에 따라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스웨덴 해안에 살던 바이킹들은 러시아를 거쳐 주로 동로마 제국 전역과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노략질하였다.
(2) 노르웨이 연안 바이킹들은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 사이의 바다인 북해를 건너 스코틀랜드, 웨일즈, 스페인 해안까지 침공하였다. 이런 바이킹들은 현재 영국령인 스코틀랜드 부속 도서 오크니와 셰틀랜드 제도도 침공하여 상당 기간 경략하기도 하였다.
(3) 덴마크 계열 바이킹들인 데인족들은 영국과 프랑스 연안을 공략하였다. 당시 영국에서는 데인족은 공포 그 자체였다.
중세 북유럽 출신 해적들인 바이킹의 피해를 쉽게 이해하려면 왜구의 피해와 비교해 보면 된다.
13~16세기 우리나라와 중국 해안가 지역은 왜구라는 불렸던 일본 해적들의 노략질이 극심했다. 왜구들은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이나 물건만 뺏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도 죽이고, 민가를 불태우고, 납치하기도 했다. 이렇게 왜구에 납치된 주민들은 머나먼 이국의 노예로 팔리기도 했으니 그 잔혹성에 치가 떨린다. 당시 왜구들은 주로 일본의 이키 제도, 키타 큐수 등을 근거지로 삼았다고 한다.
북해를 접하고 있는 노섬벌랜드를 노략질하던 바이킹 중에서는 자신들이 순록 몰이를 위해 사용하던 개까지 데리고 오기도 했다. 양치기 개를 데리고 온 바이킹들의 목적은 단순한 노략질이 아닌 영국에서의 정착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노르웨이와 스코틀랜드 사이의 바다인 북해를 건너 노섬벌랜드에 상륙한 것을 감안하면 보더 콜리를 영국으로 데리고 온 바이킹들은 지금의 노르웨이 지역 바이킹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바이킹들에 의해 영국으로 들어온 양치기 개는 영국 현지에서 콜리라고 불리는 양치기 개와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도입된 스파니엘 등과의 교배를 통해 현재의 보더 콜리로 개량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킹들이 데리고 온 개가 영국에 남아서 현지 개들과의 교배를 통해 지금도 전해지는 견종으로는 보더 콜리 이외에도 셰틀랜드 쉽 도그, 펨브로크 웰시 코기 등이 있다.
사람이 가는 곳 어디든 개도 같이 가기 때문에 사람의 역사와 개의 역사는 바늘과 실처럼 분리하기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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