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틀랜드 쉽독의 '독립' 이야기
[노트펫] 최근 인종이나 말이 다른 민족이 현재의 체제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현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라크에서 독립투표를 강행한 쿠르드나 스페인에서 벗어나려는 카탈루냐도 그렇다.
그런데 개의 역사를 보아도 그런 사례가 있다. 물론 사람과 개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비약이 있지만 불과 백여 년 전에 우리가 잘 아는 두 견종의 애호가들 사이에 그런 논쟁이 오고간 것은 사실이다.
셰틀랜드 쉽독(Shetland Sheep Dog)은 국내외 애견인들에게 작은 콜리(miniature Collie)로 널리 알려진 인기 견종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에도 힘든 이야기다.
이 개를 키우고 계신 분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 브리더 한 분을 서울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분은 필자에게 “셰틀랜드 쉽독은 러프 콜리(Rough Collie)의 축소형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셰틀랜드 쉽독(이하: 셀티, Shelties)이나 러프 콜리는 미니어처 푸들과 토이 푸들과의 관계는 아니다. 그들은 먼 친척일 뿐이다.
따라서 셀티를 러프 콜리의 미니어처 타입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논리적 비약이 있다.
셰틀랜드 제도(Shetland Islands)는 스코틀랜드 북동부에 있는 여러 섬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서울 면적의 두 배가 조금 넘고, 인구는 2만 명 정도 수준이다.
지금은 이 제도가 영국령이지만, 15세기까지는 바이킹들의 고향인 노르웨이의 것이었다. 그래서 이 제도의 주민 구성이나 문화 풍습은 바이킹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셀티도 그런 바이킹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개다. 바이킹들과 함께 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양견들은 바람이 거칠기로 유명한 셰틀랜드의 자연 환경에 수백 년 이상 적응하며 살았다. 그 목양견의 모습은 오늘날 셀티와는 달랐다.
그런데 이렇게 살던 셰틀랜드의 목양견들에게 큰 변화의 시기가 찾아온다.
1900년대 들어 섬 주민들이 영국 본토 러프 콜리와 그것보다는 덩치가 조금 작은 보더 콜리(Border Collie)를 데리고 와서 섬에서 살던 목양견들과 개량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혀 다른 새로운 목양견이 태어난다. 이렇게 태어난 목양견은 여러 견종의 특징을 고루 가지게 된다.
외모는 러프 콜리의 아름다운 얼굴과 모색을 물려받게 된다. 하지만 러프 콜리의 길쭉한 주둥이는 다소 짧아지게 된다. 셀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외모를 더 좋아한다.
체구는 기존 섬의 목양견과 보더 콜리의 영향으로 러프 콜리보다 작아졌다.
작은 체구는 좁은 섬에서 양이나 염소 같은 가축들을 키우기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러프 콜리처럼 덩치가 크면 섬에서는 불편할 존재일 뿐이다.
이렇게 태어난 목양견은 처음에는 셰틀랜드 콜리(Shetland Collie)라고 불렸다. 하지만 기존 러프 콜리 사육가들은 이러한 이름에 거부감을 표출하였다.
그리고 명칭 변경까지 요구한다. 이름도 비슷하고 모양도 비슷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그 결과, 1914년 셰틀랜드의 양치기 개라는 뜻을 가진 셰틀랜드 쉽독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이런 명칭 변경은 결과적으로 셰틀랜드 쉽독에게 훨씬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이름 뒤에 콜리라는 이름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역사도 오래되고 인기 견종인 러프 콜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셀티라는 예쁜 별칭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미니 콜리 정도로 불렸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백 년 전 셰틀랜드 쉽독에 대한 러프 콜리 애호가들의 독립 요구가 오늘날의 셰틀랜드 쉽독의 전성시대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반강제적으로 콜리라는 이름을 버렸지만, 그것이 신의 한수가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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