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자느라’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고양이

이탈리아 포지타노의 고양이들

 

 

[노트펫] 이탈리아 남부의 휴양지 포지타노에 가려면 로마에서 나폴리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고, 다시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달려야 한다.

교통이 까다로운 편이라 우리는 미리 택시를 예약했다.

나폴리 시내를 벗어나니 어느덧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고, 바다를 옆에 두고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길을 또 한참 달려 포지타노에 도착했다.

층층이 빼곡하게 쌓인 집과 골목, 그리고 그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는 평평한 해변, 햇빛을 받으며 한가하게 누워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고도 여유로웠다.

 


우리는 한낮에는 해변에서 수영을 하고, 저녁에는 상점들이 이어져 있는 골목길을 걸었다. 레몬과 타일이 유명하다더니 노란 레몬과 타일, 그릇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야식으로 먹을 만한 디저트 가게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저 위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난간에 식빵을 굽고 앉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옆에 사료가 조금 뿌려져 있다. 여기서도 누군가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있구나, 하고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난간 옆자리에 슬쩍 걸터앉자 고양이 한 마리는 귀찮다는 듯 휙 내려가 버리고, 다른 한 마리는 관심 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곳곳에서 고양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한참을 걷다가 피자 두 조각과 레몬으로 만든 술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상점과 집들에 불이 반짝 켜지고, 바다에는 유난히 동그란 달그림자가 비친 포지타노의 야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다음 날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다시 해변 쪽으로 걸어오다 보니 외국인들이 “키티~” 하고 웃으며 지나가는 게 보였다.

어젯밤 골목을 누비며 걸어다니던 고양이들은 이제 낮잠을 잘 때인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말을 걸고 지나가도, 심지어 목덜미를 쓰다듬어도 눈을 뜨지 않고 꿋꿋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고도 부러웠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디든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안전한 장소라면 얼마나 좋을까.


원래 고양이가 꽤 많은 동네인지, 그러고 보니 주로 포지타노의 풍경이 그려져 있는 기념품 타일 외에도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타일이 많이 보였다.

유난히 고양이들이 여럿 모여 있는 가게에는 길고양이를 위한 팻말이 쓰여 있기도 했다.

 

 


'help us feed the stray cats of positano by donating cat food.' (포지타노의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기증해 주세요.)

일반 가게에서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공간 자체가 고양이를 위한 단체인지 궁금했는데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평생 동안 다시는 또 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멀고 생소한 장소였지만, 무릎 아래에 고양이들이 오가는 모습은 어쩐지 친숙했다.

누군가 고양이가 먹을 사료를 구비하고, 고양이들은 해변의 레스토랑이나 햇빛 들어오는 나무 아래에서 편안하게 돌아다니거나 낮잠을 자고, 그것만으로도 이곳이 한층 예뻐 보였다.

언젠가부터 고양이들의 반응을 보며 그 동네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된다.

사람 그림자만 봐도 경계하며 도망가는 고양이들을 보면 왠지 마음이 씁쓸하고, 누가 뭐라든 편안하게 일상을 누리는 고양이들을 보면 그 동네가 짐짓 마음에 든다.

나라와 문화는 다르지만 고양이들을 만나면 우리가 사는 곳이 다 조금씩은 닮아 있는 듯하다.

멀고 먼 포지타노에서도, 우리 동네에서도 ‘마음 놓고 낮잠을 푹 잘 수 있을 만큼’ 모두의 삶이 언제나 다정하기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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