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티가 일깨워준 선입견이라는 장벽
[노트펫] 선입견(先入見)은 상당히 무서운 장벽이다. 선입견에 갇힌 사람은 자신은 경험조차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사실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선입견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은 장벽에 갇힌 사람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기 힘들다. 따라서 객관적 가치 판단이 필요한 시기에는 가급적 선입견에서 멀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동물 중에서도 특히 개를 좋아하는 필자는 개가 지나가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편이다.
그 개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은 기본인데, 미국에 와서도 그 버릇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공원에서 만난 비글이나 길에서 만난 푸들에게도 그랬다.
하지만 순백의 작은 사냥개인 웨스트 하일랜드 화이트 테리어(West Highland White Terrier, 이하 웨스티)는 예외였다.
사실 웨스티는 매우 귀엽고 발랄한 성격을 가진 개로 미국에서는 매우 인기가 높은 견종이다. 웨스티는 사료회사의 광고모델로 TV 광고에 자주 나오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골프 의류와 위스키 회사의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그런데 필자에게 웨스티는 오랜 기간 경계의 대상이었다. 약 20여 년 전 애견 전문가 충고 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웨스티는 굉장히 사납고 거친 개여서 단단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당부는 머릿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지금 사는 동네에는 여느 미국 마을처럼 많은 개들이 살고 있다. 사실 미국인들의 집에는 개 한 두 마리는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웨스티도 살고 있다. 그 개는 매일 주인과 산책을 다닌다. 웨스티에 대한 경계 의식이 상당한 필자는 웨스티가 근처에라도 오면 일부러 멀찍이 떨어지려고 노력한 게 사실이다.
며칠 전 공원에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그 개를 만나게 되었다.
웨스티는 주인이 앞마당에 잠시 묶어 놓은 상태였다. 미국의 집은 앞마당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행인이 지나가다가도 충분히 다 볼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웨스티는 예상 밖의 태도를 필자에게 보였다. 이미 수개월 동안 낯이 익어서 그런지 온 몸으로 열렬히 환영 인사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개가 워낙 심하게 꼬리를 흔들다보니, 몸통까지 흔들릴 정도였다.
개의 환영에 필자도 용기를 내서 응답을 해보았다. 그 개를 오른손으로 만져보았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사람에게 전혀 공격적이지도 않았고, 사납지도 않았다. 그저 착한 개였다.
필자는 선입견이라는 보이지 않은 장벽 속에 갇혀서 무려 이십년 넘게 이 아름다운 개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웨스티라는 견종에 대해 비판을 한 적은 없었지만,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 만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절대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갇혀 살지 않으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필자의 인생에 큰 교훈을 준 셈이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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