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짜리 이더리움 고양이
[노트펫]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비트코인은 많은 우려와 가능성이 교차하고 있는 암호화폐입니다. 24시간 거래되며, 하루에도 엄청난 등락폭을 거듭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지 않지만,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학생과 주부들도 입소문을 듣고 투자한다는 기사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유사한 암호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에 기반한 고양이를 키우는 게임이 있고, 여기서 1억원대 가상 고양이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게임회사인 Axiom Zen에서 출시한 이더리움 기반의 DApp 게임인 크립토 키티 (Crypto Kitties)가 그 주인공인데요.
크립토 키티는 서로 다른 생김새와 성격(능력)을 가진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하고, 거래하는 게임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이 사용되고요.
크립토 키티의 고양이들은 실제 고양이처럼 색상, 무늬, 눈 모양, 꼬리 모양 등이 각각 서로 다른 256개의 유전형질을 가지도록 설계되었으며, 8가지 성격 중에 하나를 가질 수 있습니다.
거의 무한대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크립토 키티들의 유전 형질은 교배를 통해 더 멋진(혹은 독특한) 성질을 가진 고양이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고양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이 사용되고요.
크립토 키티 게임은 출시 일주일 만에 약 22억 원가량의 이더리움 거래량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사용자 간의 거래량 증가로 인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과부하 현상이 발생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거래되는 크립토 키티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고양이는 제네시스(Genesis)로, 11만 7712달러, 우리돈으로 약 1억 3000만 원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처럼 반려동물들의 특정 형질을 발현시키기 위해 무분별한 교배를 계속할 경우 여러 가지 유전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코티쉬 폴드 고양이는 연골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변이되었기 때문에 귀가 접히는 귀여운 외모를 갖게 되지만, 이 유전자가 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서 나중에 골연골이형성증(osteochondrodysplasia)이라는 질병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요.
잘 걷지 못하고, 점프하거나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며, 다리 관절이 붓거나 통증을 호소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특별한 치료법도 없는 안타까운 질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외모와 순한 성격 때문에 세계적으로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때때로 무리한 교배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크립토 키티는 가상의 고양이라서 무분별한 교배로 인한 유전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겠지요.
하지만 특별한 외모를 가진 가상의 고양이가 수 주만에 억대의 가격에 거래되는 것과, 특별한 외모를 가진 실제 고양이가 질병에 시달리는 것을 보며, 한 번쯤 '동물의 외모와 인간의 욕심'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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