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짱 먹은 '투병냥이'
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건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 듯. 인기 블로그들을 다양한 주제별로 줄세우기 해 놓은 곳이 있다. '블로그촌'(blog村)이란 곳이다. 펫 부문도 빠지지 않는데 그 기준이 참 요지경이다.
고양이 블로그는 순수혈통냥이 약 20종별 순위, 아메리칸 숏헤어 같은 일반품종 냥이별 순위, 회색냥이 순위, 그리고 흰냥이, 믹스 삼색냥이 등등 별별 기준으로 자세히 나눠 순위를 매기고 있다. 테마별로는 '가게의 간판고양이' '장수하는 고양이' '열마리 이상 키우는 경우' 등등 오타쿠(おたく)의 나라답게 종류도 정말 많다.
그중 특이하게도 '투병냥이 블로그' 순위라는 게 있다. '아프고 힘든 중에 블로그까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읽어보니 모두 수의사의 경지에 이른 간호하는 집사들의 투병 이야기들이 끝도 없다.
최근 투병냥이 1위가 믹스검정냥이 부문에도 1위에 오른 일이 있었다. 어떤 사연이기에 두 부문에서 감동지수 1위일까? 투병냥이이자 믹스검정냥이 이야기를 올리고 있는 '자그마한 힘'이란 이름의 블로그로 가 봤다.
지금 37살인 사키(咲)씨는 어릴 때부터 알콜중독 아버지로부터 심한 언어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사춘기 때 가출했고, 이후 정신과병원을 전전하며 약물중독, 자해를 되풀이하는 정신불안장애를 앓으며 살아 왔다.
10년 전 그날도 자살충동에 빠져 비틀거리며 한 번화한 거리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 뒷골목에서 이빨도 다 빠진 벼룩투성이의 메마른 병든 냥이 한 마리를 만났다. 그 병든 냥이는 삶을 포기하려던 그녀 무릎으로 간신히 오르더니 내려가질 않아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데려 와야 했다.
어쩌면 사키씨의 인생을 구원해 준 냥이 '아이'. 그런데 불치의 병이라는 고양이 에이즈와 백혈병에 감염된 냥이였다. 그런 병을 그 자그마한 몸에 떠안고도 열심히 살아보려 하는 '아이'한테서 사키씨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곧 마음을 추스려 병을 이겨내고 집에서 웹 디자이너 일도 하게 된다. 그때부터 냥이'아이'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간호방법들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수많은 냥이 집사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5년간을 함께하면서 잘 보살핀 덕분인지 '아이'는 증세가 많이 악화되진 않았고 마지막엔 임파선종양을 앓다가 떠났다. 그녀는 '아이'와의 이야기를 담은 '피날레를 맞이하는 너에게'라는 책을 냈다. 투병일기와 함께 마지막 며칠간의 의식(?)과도 같이 순간들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 냈다.
그녀는 "보내야만 하는 가족은 슬퍼함이 전부가 아닌 마지막을 위해 가족의 품 안에서 되도록 편안하게, 그리고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을 사랑했다. 고통받던 순간들까지도..."라고 간절한 메세지를 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펫로스'란 단어 하나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한다고.
지금 사키씨네 집에는 깜냥이(검정냥이) 여섯 마리가 있다. 그 중엔 버려졌던 냥이도, 전신화상을 입어 앞을 보지 못하는 냥이도, 열사병으로 길에 쓰러져 있던 냥이도 있다. 전신화상에 두 눈까지 먼 냥이 '미츠키'는 화상은 나았지만 신부전과 고열 증세로 한달을 채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키씨는 눈물을 흘리며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미츠키는 아직 더 행복해야 하니까요..'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자칫 과한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하리 인생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 것은 사람이 아닌 냥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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