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입양한 보호자에 손편지 쓴 수의사
2018.01.16 16:06:36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길에서 데려온 작은 생명. 코점이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원에서 임시보호하고 있던 길고양이를 입양한 이에게 손글씨로 당부와 감사의 뜻을 적은 손편지를 쓴 수의사가 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고양이전문병원 M동물의료센터. 병원에서 한달 반 이상을 지낸 코점이가 새주인에게 입양갔다.
코점이는 지난해 말 인근 카센터에서 구조된 길고양이다. 카센터에 들어온 차 본닛을 열자, 꼬질꼬질한 고양이가 한 마리 발견됐다.
카센터 직원들은 코점이가 제 갈 길을 갈 것으로 보고 근처에 풀어줬지만 다음날도 그 자리에 있었다. 본닛 속에 있으면서 팔을 비롯해 이곳저곳이 상처 투성이였고, 먹지도 못해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센터 직원들이 살려보겠다고 이 병원에 데리고 왔다. 카센터 직원들은 수술과 초기 치료비로 100만원 가량을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내줬다. 그만큼 딱히 여겼다. 하지만 완치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우선 한숨은 돌려놓았고, 구조자들의 마음 씀씀이도 외면할 수 없어 그간 길고양이를 구조한 뒤 입양 보내곤 했던 이 병원에서 넘겨 받았다. 그렇게 한달 반을 치료한 끝에 코점이는 건강한 고양이로 돌아왔다.
이나영 원장은 "어렵게 살려낸 만큼 정이 든데다 사람 손도 탄 상태여서 병원에서 계속 데리고 있을 생각도 했다"며 "다행히 좋은 새주인을 만나 새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각별한 아이였기에 그동안 고양이들을 입양 보낼 때마다 써왔던 편지에는 더 큰 애정이 담길 수 밖에 없었다.
이 병원은 돌보던 고양이를 입양보낼 때마다 주의사항과 당부사항을 적은 편지를 일일이 써주고 있다. 새주인을 만난 고양이가 다시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보호자를 위해서도.
대개는 그 고양이의 성격에 관한 것, 첫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둘째, 셋째 고양이를 데리고 갔다가 파양하는 경우는 소개 단계에서 실패하는 것을 수없이 봐왔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처음 입원장 밖을 나와 원장실에 데리고 있을 때도 하루 정도 책상 아래 구석에 숨어 있기만 했답니다. 지금은 제 책상 위를 휩쓸고 다니고, 의자를 스크래처로 사용하고, 무릎 위에서 골골대며 잠들곤 합니다."
코점이에 대한 이 원장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는 편지 내용 중 일부다.
"코점이는 아직 어린 아이라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반달이가 당황하고 힘들어하지 않도록 소개 단계를 잘 거쳐 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은 절대 빠지지 않았다.
이 원장은 "병원 식구들도 잘 따라 정이 더 많이 든 코점이였다"며 "새로운 식구를 맞아들일 때엔 첫 인사를 잘 시키는 것 만으로도 고양이들이 잘 지낼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새주인 집에 간 코점이는 입양간 지 꼬박 하루 만에 쇼파 밑에서 나왔다는 소식이다.
"길바닥 출신에서 부잣집 둘째로 떵떵거리고 살거라" 코점이에게 정이 든 이 병원 스탭의 마음이다. 그 원장에 그 스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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