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짜리 나일퍼치와 10cm짜리 시클리드①
아프리카에는 거대한 호수들이 즐비하다. 빅토리아, 탕가니카, 말라위 호수 등은 한 나라의 전체 면적과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호수 중 가장 큰 빅토리아 호수는 면적이 무려 6만9000 ㎢에 이를 정도다. 대한민국 영토의 7할에 해당하는 크기다.
그런데 이러한 거대 담수호에는 열대어 애호가들을 열광시키는 아름답고 다양한 시클리드(Cichlid)들이 살고 있다. 시클리드는 농어목 시클리드과에 속하는 열대어종으로 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인도, 중남미 등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한다.
특히 말라위 호수가 고향인 말라위 시클리드는 화려하고 독특한 외모 때문에 유독 인기가 높다. 1000여 종의 말라위 시클리드들은 사실 모두 같은 조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불과 수십만 년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 말라위 호수라는 격리된 장소에서 1000여 종으로 분화되었다.
그래서 말라위 호수는 과거부터 많은 생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말라위 시클리드의 다양한 분화를 보면서 다윈이 내세웠던 진화론을 증명하려 한다.
말라위 호수 못지않게 다양한 시클리드들이 살고 있는 또 다른 담수호인 빅토리아 호수에는 약 400여종의 시클리드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빅토리아 호수는 말라위 호수와는 달리 현재 생태학적으로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과연 이 호수에서는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1950년대 당시 빅토리아 호수 인근을 지배하던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고급스러운 취미 활동을 위해 독특한 조치를 취한다. 영국인들의 루어 낚시를 위해 초대형 민물 물고기인 나일퍼치(Nile Perch)를 호수에 입식시킨 것이다.
참고로 나일퍼치는 엄청나게 덩치 큰 물고기다. 성어가 되면 몸길이가 2m가 넘고 몸무게는 200kg에 이른다. 이런 무지막지하게 큰 대형 육식 물고기를 빅토리아 호수에 입식시킨 것은 그야말로 호수 생태계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만다.
빅토리아 호수도 말라위 호수와 마찬가지로 지난 수십만 년 동안 호수의 자연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 작고 다양한 시클리드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나일퍼치 같은 외래어종의 유입은 이러한 작은 물고기의 개체수를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때문에 400여 종에 달했던 빅토리아 시클리드 중 지금도 명색을 유지하는 종류는 200여 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멸종 직전에 이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다가 아닌 한정된 공간인 민물 호수에서 거대한 외래 어종의 등장은 시클리드 같은 작은 물고기에는 대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나일퍼치는 시클리드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면서 결과적으로 씨를 말리는 사태를 가져왔다.
2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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