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짜리 나일퍼치와 10cm짜리 시클리드②

나일퍼치의 방사로 빅토리아 호수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이 발생했다. 원래 시클리드 같이 작은 물고기들은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를 포함한 작은 수생동물들을 주로 먹고 자란다. 또한 호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류(藻類)들도 잘 먹는다.


그런데 호수에서 나일퍼치가 시클리드를 먹이로 삼고 시클리드 같은 작은 어류가 급속히 사라지게 되자 조류의 과다한 번식과 수생동물의 개체 수 급증이 발생했다. 그 결과 빅토리아 호수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질이 크게 악화됐다. 

 

ⓒ캉스독스

또한 모기 유충을 잡아먹던 시클리드의 격감으로 모기가 주변지역에서 급증하게 되자, 모기 유래 질병인 말라리아가 호수 인근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병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부작용까지도 발생했다. 


사실 작은 물고기인 시클리드가 생태적으로 이렇게까지 중요한 존재였는지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은 잘 몰랐을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낚싯대로 큰 물고기를 호수에서 잡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물론 빅토리아 호수의 모든 환경재앙을 나일퍼치라는 외래 어종에게만 전가시킬 수는 없다. 호수 주변 지역의 인구증가로 인한 생활하수의 유입과 농경지 확대로 인한 화학 비료 성분의 호수 유입도 호수의 부영양화를 촉진시키고 결과적으로 호수의 수질 오염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그래도 시클리드의 숫자가 충분했다면, 이러한 호수 주변 환경오염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또 말라리아 매개 모기 유충의 번식도 충분히 제어했을 것으로 보인다.

 

탄자니아 정부를 포함한 빅토리아 인근 국가들은 호수의 수질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넓은 호수에서 곳곳에 살고 있는 나일퍼치를 어떻게 박멸할 것이며, 이미 개체수가 크게 준 시클리드들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 지 솔직히 쉽지 않은 과제인 것 같다.


빅토리아 호수의 경우와는 달리 말라위 호수는 나일퍼치 같은 위협적인 외래종의 유입 없이 아직 시클리드들의 서식 환경이 비교적 잘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라위 시클리드들은 장구벌레를 포함한 작은 수중 벌레들과 조류(藻類)들을 먹고 살면서 수질 정화와 함께 건전한 생태계 유지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모기 유충도 과잉 번식하지 못하므로 모기로 인한 질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즉 아프리카의 고질적인 토착병인 말라리아 발병도 시클리드들의 숫자가 많으면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시클리드들은 몸길이 겨우 10cm 내외의 아주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차지하는 생태학적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따라서 환경을 보호하고 주변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물고기들이 호수에 충분히 있어야 한다.


물론 빅토리아 호수에서 발생하였던 생태학적 비극이 결코 말라위 호수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말라위 호수 인근의 자연 환경을 보전하고 말라리아 발병 억제 등을 통해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말라위 시클리드들이 호수에서 계속 번창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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