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고, 유전자 훔치고, 성을 바꾸고..생명이 생존하는 법

 

[노트펫] 이번주 '사이언스'지 특별부록으로 “회복력(Resilience) - 생명은 어떻게 생존·번영하나?”이라는 기사가 실렸다(참고 1).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자원이 부족하거나, 포식자를 만났거나, 그 밖의 도전에 직면했을 때, 동물·식물·세균은 '유전자 훔치기'에서부터 '사지재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복전략(resilience strategy)을 구사하여 생존·번영한다.

 

1. 사지재생을 통한 회복

 

아홀로틀(Axolotl)은 커다란 도롱뇽으로 '멕시코의 걷는 물고기'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뭉툭한 다리를 가진 20센티미터짜리 뱀장어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홀로틀을 부러워해야 한다.

 

 

인간의 재생능력은 고작해야 '부러진 뼈 달라붙기', '상처 아물기', '커다란 간 재생하기' 정도지만, 아홀로틀은 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홀로틀은 사지 전체, 심지어 꼬리가 잘라져도 재생할 수 있는데, 이는 척수, 척추, 근육이 다시 자라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약 30개 연구팀이 아홀로틀의 사지재생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는데, 다양한 조직들이 합세하여 사지손실을 탐지하고 재생을 조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홀로틀은 그 과정에서 배아발생 과정에서 사지 구조의 형성을 안내하는 유전자 회로를 재활성화함으로써 줄기세포를 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홀로틀은 동물계에서 소문난 여러 재생자(regenerator) 중 하나일 뿐이다. 일례로, 물속에 사는 플라나리아라는 2센티미터짜리 편형동물은 아홀로틀보다 회복력이 훨씬 뛰어나, 몸의 90%를 상실한 후에도 재빨리 복구할 수 있다.

 

잘라진 플라나리아의 작은 조각 하나는 뇌, 피부, 위장관을 비롯한 모든 기능적 기관들을 모두 재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아홀로틀과 마찬가지로 줄기세포가 핵심이며, 근육에서 활성화된 특별한 유전자 세트가 줄기세포에게 지령을 내림과 동시에(참고 2) 적절한 세포에 존재하는 성장 및 분화 유전자들을 활성화한다.

 

그러므로 플라나리아는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식'으로 전신을 재구축할 수 있지만, 아홀로틀은 주된 체축(main body axis)이 온전한 경우에만 재생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올 연구자들은 플라나리아와 아홀로틀의 유전체를 시퀀싱함으로써(참고 3) '재생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분자들을 상세히 파악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언젠가 부상당한 사람들로 하여금 플라나리아나, 아홀로틀과 동일한 재생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 유전자 훔쳐서 살아남기

 

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의 폐에서 걷잡을 수 없는 감염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라. 강력한 항생체가 환자에게 투여되었을 때, 폐렴을 일으킨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은 운(運)이 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놈은 수십억 년 동안 갈고닦은 회복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인즉 다른 세포에서 생존을 가능케 하는 유전자를 빌려오는 것이다.

 

생물은 환경이 변했을 때 적응하거나 사망하는데, 폐렴간균 등의 세균들은 다른 곳(다양한 세균, 환경 속에 떠다니는 DNA 분자)에서 유전자를 훔쳐 적응 과정에 터보엔진을 장착한다(참고 4). 이것을 수평유전자이동(HGT: horizontal gene transfer)이라고 하는데, HGT는 세균으로 하여금 - 치즈링 위에서 살아남는 능력에서부터 항생제 내성에 이르기까지 - 가치 있는 형질을 새로 획득하게 해준다.

 

영국의 세계적인 사이언스 라이터 에드 용은 자신의 저서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에서, “우리가 전화번호나 돈이나 아이디어를 교환하듯이, 미생물들은 DNA를 손쉽게 주고받는다”고 했는데, 이것은 HGT를 두고 한 말이다.

 

연구자들은 폐렴간균이 다른 미지의 세균으로부터 항생제 파괴 유전자( antibiotic disrupter gene)인 blaKPC를 획득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유전자를 장착한 세균들은 어떤 분해효소를 만들어냄으로써 많은 항생제들을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많은 회복전략들이 으레 그렇듯, 유전자를 훔치는 데는 나름 비용이 발생한다. 세균들은 간혹 멋모르고 '도움이 되는 유전자' 대신 '해로운 유전자'를 받아들이는데, 이 유전자로 인해 생성된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들과 호흡이 맞지 않을 수 있다.

 

농구팀에 새로운 선수가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환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폐렴간균의 전략은 항상 잘 작동하므로 감염된 환자의 40-70%가 생명을 잃는다.

 

3. 다람쥐의 불황대비 지방펀드

 

열세줄땅다람쥐(Spermophilus tridecemlineatus)는 사우스다코타 주의 평원을 누비며 먹이를 폭풍흡입하며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동면을 위해 숨을 때가 되면(참고 5) 그의 몸무게는 40%나 증가하는데, 봄이 될 때까지 그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적정량을 초과하여 축적해둔 지방 덕분이다.

 

 

가뭄이나, 이주나, 황량한 겨울이나, 기타 도전에 직면했을 때, 생물들은 종종 자원이 부족한 시기를 맞이한다. 이때 땅다람쥐를 비롯한 많은 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나중에 사용할 자원을 비축해둔다. 그들은 식물의 씨앗, 메뚜기, 기타 지역특산물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몸무게를 하루에 2% 이상씩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술에는 단점이 있다. 오동통해진 설치류는 매나 코요테의 쉬운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불황대비 펀드가 봄이 오기도 전에 고갈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단 기름이 좔좔 흐르고 오동통해진 다람쥐는 동면에 돌입함으로서 에너지 지출을 90% 줄인다. 동면기간 동안 그들의 체온은 빙점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떨어지며, 심박수도 분당 350~400번에서 겨우 5번으로 뚝 떨어진다.

 

몸에 지방이 가득 차면 대사와 행동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다람쥐들은 뚱뚱한 인간들 사이에 만연한 건강 문제를 겪지 않는다. 그들은 2형당뇨와 비슷한 대사결함이 발생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다. 그리고 몸이 찾아오면, 몸매가 날씬해지고 몸놀림이 빨라져 새로운 사이클을 다시 시작한다.

 

TV만 켜면 건장한 개그맨/우먼들이 등장하여 먹방을 펼치는 요즘, 다람쥐들의 비결이 진심 궁금하다.

 

4. 꿋꿋이 서서 싸우는 식물

 

다리를 가진 동물들과 달리, 식물들은 싫어하는 것을 피해 달아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공격을 당했을 때 괄목할 만한 회복력을 보여준다(참고 6). 일례로 북아메리카에서 자생하는 1미터 높이의 야생 담배(Nicotiana attenuata)는 굶주린 곤충들로부터 자신을 지킨다.

 

 

즉, 그들은 애벌레의 침에 함유된 아미노산을 감지하면 경고신호를 보내는데, 이 신호는 수압 또는 전기 펄스(hydraulic or electrical pulse)로서 줄기와 잎을 통해 전달된다. 그러면 담배의 세포들은 몇 분 내에 니코틴 생성을 증가시키는데, 니코틴은 동물의 근육기능을 방해하는 독소로 작용한다. 애벌레의 공격을 받은 야생 담배의 잎 하나에는 자그마치 담배 반 갑 분량의 니코틴이 축적된다.

 

그러나 일부 애벌레, 이를테면 박각시나방의 유충은 니코틴을 흡수하지 않고 배출하는 방법을 진화시킴으로써, 야생담배로 하여금 새로운 대응수단을 강구하게 했다. 담배는 니코틴의 소화를 억제하고 애벌레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화합물은 물론, 공격자의 구기(mouthpart)를 마모시키는 연마제(abrasive)까지 개발했다.

 

그와 동시에 담배는 향기(휘발성 유기화합물)를 방출하여 땅에 사는 벌레와 '애벌레 사냥꾼'들을 불러들인 다음, 화학적 이정표(chemical signpost)를 세워 느릿느릿 움직이는 애벌레들이 있는 쪽으로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적에게 포위당한 식물은 자원을 다른 데로 빼돌려, 그들이 물러갈 때까지 꽃피우기와 성장을 연기한다. 경이로운 것은, 이 모든 행동들이 하나의 중앙집권화 된 뇌(a centralized brain)에 의해 지휘되는 게 아니라, 식물 전체에 산재하는 세포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수행된다는 것이다.

 

스테파노 만쿠소는 자신의 저서 『매혹하는 식물의 뇌』에서, 이것을 분산지능(distributed intelligence)이라고 불렀다.

 

5. 셀프 성전환을 통해 살아남는 물고기

 

물고기는 생식회복력(reproductive resilience)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 동안 셀프 성전환을 통해 자손의 수를 극대화하는 물고기가 무려 450종이나 되니 말이다. 물고기가 이런 신공을 부릴 수 있는 것은, 호르몬 변화를 통해 자신의 기관을 한 성(性)의 것에서 다른 성의 것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성전환 패턴은 종(種)에 따라 다르다. 몸집이 큰 암컷은 작은 암컷보다 더 많은 알을 낳으므로, 일부 종(예컨대, 에 나오는 흰동가리)의 경우에는 새끼 시절에는 수컷으로 지내다가 어른이 되어 암컷으로 변신한다(참고 7).

 

그러나 수컷들이 암컷이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경우(예컨대 그루퍼, 감성돔, 도미)에는 사정이 다르다. 덩치가 작은 수컷은 숫총각으로 일생을 마치기 십상이므로, 총각귀신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암컷으로 사는 게 낫다.

 

그런데 감성돔이 물고기의 주특기인 셀프 성전환을 이용하여 새로운 현대적 도전에 적응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었다. 셀프 성전환도 황당한데, 이를 이용한 환경적응은 또 무슨 소린지... 자초지종을 알아보기로 하자.

 

물고기들이 직면한 '새로운 현대적 도전'이란 '남획(濫獲)을 통한 성비(性比)파괴(참고 8)'를 말한다. 즉, 한 성의 몸집이 다른 성보다 큰 경우. 큰 쪽은 어부들에게 잡혀 씨가 마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에 따르면, 대서양의 따뜻한 연안수에 흔히 서식하는 맛좋고 불그스름한 감성돔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덩치 큰 수컷이 사라지자, 일부 암컷들의 성전환이 촉진되어 전통적인 성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솔루션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전략에 불과하다고 한다. 왜냐고? 수컷으로 성전환을 하는 것은 어린 소녀들이므로, 암컷들이 성장할 기회가 없어져 성숙한 암컷이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숙한 암컷이 부족하면 자손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에는 개체군의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감성돔의 회복전략은 당장에는 종족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궁극적인 종족의 유지와 번영은 그들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조너선 밸컴이 자신의 저서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서 지적한 것처럼, 문제는 인간의 어로관행이다.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참고문헌

1.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2/science-resilience-what-are-ingredients-help-people-cope
2.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4660
3.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5458
4. https://academic.oup.com/femsre/article-abstract/41/3/252/3830265
5.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2Fs00360-014-0881-5
6. https://www.nature.com/articles/543039a
7.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7-09298-8
8. https://www.mass.gov/files/documents/2016/09/qi/contribution-69.pdf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3/stealing-genes-regrowing-limbs-how-life-finds-way-survive-and-thr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