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4년간 동물병원 도운 고양이 퇴거위기

2018.03.06 15:40:21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길고양이 허니는 4년 전 링시온스 동물병원에 처음 들어왔다.

 

[노트펫] 어느 나라이든 '주민민원'은 무섭다. 

 

스웨덴에서 4년간 동물병원에서 지내며 도우미 역할을 해온 고양이가 민원으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동물병원은 법적 투쟁까지 벌였지만 소용이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여론에 기대기로 했다.

 

고양이를 데리고 있게 해달라는 동물병원의 호소에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6000명 넘게 서명했다고 반려동물 전문 매체 러브 미아우가 지난 3일(현지시간) 전했다.

 

담갈색 고양이 ‘허니’는 4년 전 거리에서 죽기 직전에 구조돼, 스웨덴 링시온스 동물병원에서 치료받게 됐다. 당시 허니는 하룻밤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수의사 루시 하벨카는 “처음에 허니는 평범한 환자로 들어왔지만, 우리는 곧 허니가 다른 환자들을 돌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며 “허니는 다른 환자들을 진정시키는 능력이 있었고, 자신도 좋아지는 것처럼 보여서, 병원이 자연스럽게 허니의 집이 됐다”고 지난 2014년 당시를 떠올렸다.

 

새끼고양이들을 돌보는 병원 고양이 허니.

 

처음에 허니는 새끼고양이들에게 모성애를 보였다. 그러더니 차츰 대기실로 활동 영역을 넓혀, 불안해하는 반려동물 환자들의 곁에 함께 있어주거나, 수술이나 치료를 기다리는 보호자들 옆에도 있어주게 됐다. 만약 반려동물 주인들이 허니를 싫어하면, 직원들이 허니를 다른 방으로 옮겼다.

 

허니의 공감능력은 고양이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허니는 뛰어난 공감 능력 덕분에 동물병원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동물병원 직원들도 허니를 고양이가 아니라 동료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병원 고양이 허니가 환자들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그런데 지난 2015년 민원이 제기돼, 동물병원 감독 당국이 링시온스 동물병원을 조사한 후 허니를 다른 곳에 보내라고 요구했다. 수의사 하벨카는 법원에 호소해봤지만, 고양이가 동물병원 환자들에게 병을 전염시킬 위험이 있단 우려로 거부당했다. 하벨카 수의사는 지난 4년간 루시로 인해 2차 감염이 생긴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많은 고양이들이 동물병원에서 산다. 미국 테네시 주(州) 고양이 ‘펌킨’, 폴란드 간호사 고양이 ‘라드메네사’, 오스트레일리아 수의사 고양이 ‘스티치’, 러시아 고양이 ‘료지크’ 등 셀 수 없이 많다.

 

퇴거 위기에 몰린 허니(왼쪽)와 오스카.

 

결국 허니는 집이 된 링시온스 동물병원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월 링시온스 동물병원은 상주하던 고양이 허니와 ‘오스카’에게 새 집을 찾아줘야만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링시온스 동물병원 환자 가족들이 허니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았다. 청원운동에 서명한 사람이 6000명을 넘어섰다. 하벨카 수의사는 “링시온스 동물병원이 허니의 집이고, 삶의 의미”라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허니를 지지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행복하다”고 밝혔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