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은 놀이터 아닌데..'

2015.07.02 10:16:28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병원서 함부로 풀어 놨다간 교상 사고 가능성 높아

바닥에 풀지 말고 안고 있어야..가급적 예약 진료

 

"외국의 동물병원 모습 보셨나요?. 차례로 줄을 서서 기다리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뭐, 데리고 온 강아지를 풀어 놔서 보호자가 이리저리 쫓아 다니고, 개들은 서로 짖고 심지어 싸우고.."

 

동물병원에 한 보호자와 진료를 받으러 온 개가 들어선다.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개를 병원에 풀어 놓는 것. 목줄을 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개들은 산책 나온 것 마냥 병원 곳곳을 헤집고 다닌다.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도 하고, 영역 표시 겸 해서 오줌도 지려 놓는다.

 

 

보호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테크니션이 바닥에 싸놓은 오줌을 치운다. 보호자들은 옆집의 개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이 개 견종이 뭐예요? 몇살이나 됐어요?" 그러면서 무심코 옆집 개를 쓰다 듬는다. 대형견이면 평소 가까이서 보기 힘들기에 더 사랑(?)을 받는다. 보호자는 다른 보호자의 이런 모습에 은근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런 무심결에 하는 행동들은 자칫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동물병원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가 교상이다. 물리거나 할퀴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다. 좁은 공간에 있다보니 신경도 날카로와지고, 결국은 동물들끼리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 

 

개들간 사고도 사고지만 개들이 사람 특히 어린 아이를 공격하는 일도 일어난다. 어린 아이는 호기심에 개에게 다가간다. 개는 생전 처음 본 아이를 무서워하며 도망갈 곳은 마땅치 않아 결국 아이를 공격하고 만다. 이 때문에 보호자들끼리 싸움을 벌이는 대형사고로 비화하기도 한다.

 

수의사 한 분은 "개가 여자 어린이 얼굴을 물어서 고액의 성형수술비 전부를 배상해준 적도 있다"고 귀뜸했다.


개를 풀어 놨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고는 또 있다. 병원 밖으로 뛰쳐 나가는 경우다.

 

동물병원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보니 바깥으로 통하는 문도 자주 열리고 닫힌다.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개나 고양이가 쏜살같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동물병원은 대부분 도로 변에 있어 미아가 될 가능성은 물론이고 교통 사고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

 

병원 곳곳을 헤집고 다닐 경우 병 고치러 왔다가 병을 얻어갈 가능성도 있다. 보호자가 다른 보호자의 개를 만진 손으로 자기 개를 만지는 것 역시 감염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인플루엔자에 걸린 환자가 다녀가리라도 한다면 병원 곳곳을 소독해야 한다"며 "어떤 병원은 유행 가능성을 염려해 일시적으로 폐쇄한 경우도 있다"고 성남 지역의 수의사 한 분은 말했다.


이에 동물병원을 마치 개들의 사교장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병원에 가서는 개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바닥에 내려 놓지 말고 안고 있는 것이 좋다. 대형견이라면 목줄을 채워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약을 통해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을 가급적이면 줄이는 것이 병원이나 보호자 입장에서 더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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