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호랑이 노예가 되지 않는 방법
태백산을 포함한 전국의 깊은 산골에 가면 호식총(虎食塚)이라는 독특한 돌무덤을 볼 수 있다. 이름도 특이한 호식총은 무슨 무덤일까?
한자를 보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을 묻은 무덤이다. 태백산 인근 지역에는 지금도 160여 개나 되는 호식총이 있다고 하니, 과거 많은 선조들이 호환을 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왜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에게 죽은 사람의 무덤을 돌로 만들었을까? 여기에는 놀라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하면 죽은 사람의 영혼은 호랑이의 노예가 된다는 전설 때문이 이런 무덤이 만들어진 것이다.
죽어서 호랑이의 노예가 된 귀신을 우리 선조들은 창귀(倀鬼)라고 부르며 무서워 하였다. 호랑이의 노예인 창귀가 영원히 호랑이에게 벗어날 방법은 딱 한 가지 밖에 없다. 호랑이에게 자기 다음으로 물려 죽을 사람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창귀는 호랑이의 손을 벗어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호랑이의 머슴이라는 저주 받은 운명에서 풀려날 수 없다. 따라서 창귀는 호랑이에게 다음번 먹잇감을 물어주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선조들은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의 시신은 결코 죽은 사람의 집으로 가져 오지 않았다. 대신 죽은 사람의 가족들이 시체 발견 장소로 오도록 하게 하고, 그곳에서 장례를 지내도록 하였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시체를 죽은 사람의 집에 데리고 오면, 그 가족 중 한 명은 다음번 호랑이 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장례를 지냈다.
왜 돌무덤을 만들었을까?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자신의 유해 위에 쌓인 돌의 무게 때문에 무덤 밖으로 못나가게 한 것이다. 즉, 창귀가 다음번 호랑이 밥을 못 찾게 만든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떡을 찔 때 사용하는 시루를 뒤집어서 돌무덤 맨 위에 올려놓고, 시루에 있는 틈에 칼이나 쇠붙이를 꽂아 두기도 했다. 이렇게 시루를 돌무덤 위에 올려놓은 것을 보면 과거 시루가 떡을 찔 때 사용하는 조리도구이기도 하지만, 장례나 제사를 지내는데 사용되는 제기 역할로도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으면 죽어서 창귀가 되고 다른 사람을 자기 대신 제물로 바친다는 이야기는 전설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약 100여년 전만해도 강원도, 함경도 두메산골 주민들에게 호랑이는 현존하는 공포였다.
따라서 이런 전설을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호식총들은 당시 호환으로 인한 희생자가 많았고, 산골 주민들이 호랑이가 얼마나 실존한 공포였는지 잘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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