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에 힘 실린다

2018.04.20 15:32:46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여당서 표준수가제 도입 법안 발의
지자체장 선거서도 단골 공약..수의계 냉가슴

 

 

[노트펫]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동물병원비 부담을 언급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도입을 추진해 온 가운데 여당에서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단계까지 왔다.

 

지난 18일 정재호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민주당 의원 10명이 표준수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수의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동일한 진료이지만 동물병원마다 다른 진료비 결정으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동물 진료비 중 표준화가 가능한 사항을 표준화,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뢰도를 높이겠다" 법안의 발의 목적이다.

 

표준수가제 도입 항목은 상당히 포괄적이다.

 

수의사법 개정안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동물의 질병, 부상, 출산 등과 관련한 진료와 치료를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하여 표준진료비를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해당 사항에는 진찰·검사, 약제(藥劑)·치료재료, 처치·수술,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으로 사실상 모든 진료에 대해 표준수가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상한액'을 언급, 지역마다 다른 임대료와 인건비 등 병원운영비, 진료의 수준 혹은 질 등으로 난색을 표시해온 수의계에 대한 대응책도 넣었다. 지역마다 차등적으로 실시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법안이 의미를 갖는 것은 여당에서 했다는 것 외에도 설훈 의원이 동참하고 있어서다. 설훈 의원은 수의사법을 관장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야권 역시 동물병원비 부담 여론을 인식하고 진료비 공시제도 도입 등을 주장해 왔다.

 

표준수가제 도입은 이번 정권만 놓고 보자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동물병원비 부담을 언급하면서 '반려동물 보호자 부담 완화를 위한 진료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실현 방안으로는 동물병원의 치료비에 자율적 표준진료제 도입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이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표준수가제 도입을 추진해 왔다. 수의계의 부정적 의견에도 농식품부의 도입 의지는 충분하다.

 

지난해 말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완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가 농식품부에 제출됐다.

 

표준수가제 도입의 타당성 파악을 목표로 한국수의임상포럼 연구진이 진행한 이 용역보고서는 부작용과 유럽의 폐지 추세를 들면서 표준수가제에 대해 부정적 검토 결과를 내놨다.

 

대신 질병·진료행위 표준화를 선결조건으로 개별병원의 진료비 공시나 사전고지제 도입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 용역에 상관없이 표준수가제 도입을 추진하겠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월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이 국회에서 동물진료비 고지 및 게시 법안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이개호 의원의 지적에 "동물 수가 표준화 문제 등이 더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도 상당수가 반려동물 보호자 표심을 잡기 위해 동물병원비 부담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표준수가제 도입은 빠지지 않는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고 있다.

 

수의계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일선 동물병원들에서는 용역 결과마저도 반대할 정도도 정부의 규제 방침에 부정적이다. 의료계 같은 수준의 지원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별다른 지원도 없이 계속 부담만 지우려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수의사회는 지난해 4월 대선 기간 중 직능단체로서는 최초로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해 지지를 선언한 상황. 드러내놓고 반대할 입장도 아니다. 게다가 대한수의사회 안에서 반려동물 이슈는 방역 등의 문제에 밀려 있다. 

 

동물병원의 한 수의사는 "사람의료처럼 제한을 추진하고 동물병원비 부담을 완화하려 한다면 우선은 동물병원비에 붙는 부가가치세부터 예전대로 면세해야 한다"며 "건강보험처럼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지도 않으면서 동물병원비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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