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 버려진(?) 두 마리 시추의 사연

2018.04.23 14:04:36    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고속도로에서 구조된 시추 두 마리

 

[노트펫] 지난 20일 오후 11시경 남해고속도로 위 부산에서 동마산 IC로 빠지는 길목에 차량 2대가 멈춰 있었다.

 

영채 씨는 혹시 사고라도 난 건가 싶었다. 그러다 두 차가 떠난 뒤 시추 두 마리가 고속도로 4차선 갓길 쪽에 있는 것을 봤다.

 

영채 씨는 쌩쌩 달리는 차들이 가득한 고속도로에 강아지들을 버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강아지들을 두고 가버린 차량을 쫓아가려다 그보다 강아지들의 안전이 더 걱정됐던 영채 씨. 일단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다른 운전자들이 강아지들을 치지 않도록 큰소리로 상황을 알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아지들을 안전하게 구조하는 것이었다. 

 

영채 씨는 강아지들을 불렀지만 겁을 먹었는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억지로 잡으려 하면 강아지들이 겁을 먹고 차도로 도망칠까 봐 영채 씨는 자신이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들을 부르는 특유의 소리를 냈다.

 

그러자 놀랍게도 한 마리가 먼저 다가왔다. 다가온 아이를 안고 큰소리로 예쁘다고 칭찬을 하며 쓰다듬자 나머지 한 마리도 꼬리를 흔들며 냉큼 다가왔다.

 

그렇게 영채 씨는 10여 분만에 고속도로에 유기된 두 마리의 강아지를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영채 씨의 반려견 '꼬모'(왼쪽), '모모'(중앙)와 엄마 '복순이'(오른쪽).

 

사실 일이 급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만약 저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라면 얼마나 겁나고 무서울까라는 생각이 들어 영채 씨는 선뜻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무사히 구조한 후 살펴보니 다행히 아이들은 조금도 다친 곳이 없었다.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집에 있는 반려견들이 다른 강아지와 어울리는 걸 힘들어 하는 터라 섣불리 집에 데려갈 수 없었다. 임시보호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했고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지인 준현 씨가 선뜻 나섰다.

 

하지만 준현 씨도 이미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 보호를 오래 하긴 어려웠다. 영채 씨는 고속도로에서 구조한 강아지들의 사연을 인터넷에 올렸고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영채 씨와 준현 씨는 섣불리 아무에게나 아이들을 맡길 수 없어 보호를 원하는 사람들과 얘기도 해보고 이것저것 확인한 끝에 가장 잘 보살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겼다.

 

그리고 23일, 영채 씨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시추 두 마리는 고속도로에 유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원래 시추들의 주인인 40대 남성은 아이들을 잠시 노모의 집에 맡기고 외출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녀석들은 노모가 깜빡 잠이 든 사이 살짝 열린 문틈 사이를 빠져나와 돌아다니다 고속도로까지 오게 된 것같았다. 

 

영채 씨가 봤던 차 두 대 역시 유기를 한 것이 아니라 영채 씨처럼 아이들을 구조하려다 실패하고 떠난 차들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주인은 주인 나름대로 애타게 아이들을 찾고 있었고, 그러던 중 영채 씨가 게시한 글을 보고 연락을 하게 된 것이다.

 

 

 

 

혹시 아이들을 유기해놓고 사건이 커지자 처벌을 피하려 다시 데려가는 게 아닌가 의심도 됐던 영채 씨는 준현 씨와 함께 시추들 주인의 차량번호와 차종까지 모두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시추들의 원래 주인은 현재 임시 보호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 아이들을 돌려받기로 했다.

 

"버려진 아이들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는 영채 씨와 준현 씨.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아이들을 살린 건 영채 씨의 작은 용기와 행동이었다.

 

영채 씨는 "사람들이 보고 안타까워는 했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아쉬웠다"며 "나의 작은 행동 하나로 강아지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고 말했다.

 

또 "사연을 듣고 도움을 주려고 했던 많은 사람들과 특히 임시 보호를 해 준 준현 씨와 유정 씨께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