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범벅으로 길구석에서 떨고 있던 고양이
2018.05.03 11:55:51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석유에 녹은 살이 벗겨지고 있어요. 한꺼풀 벗겨지고 새살이 올라와야 이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같아요."
지난달 19일 아침 청주에서 활동하는 캣맘 수진 씨에게 카카오톡이 왔다.
같이 활동하는 다른 캣맘이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참치를 먹고 있는 고양이 사진을 보내온 것이었다.
왜 이렇게 젖어 있을까 의아해 하던 수진 씨. 이어지는 카카오톡에 할 말을 잊었다.
온 몸을 젖게 만든 것은 석유였다. 이 캣맘은 이날 아침 길 한 구석에서 석유를 잔뜩 뒤집어 쓰고 덜덜 떨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왼쪽 귀는 중성화수술을 했다는 의미로 살짝 잘려 나가 있었는데 개목줄을 하고 있었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으로 중성화수술을 한 뒤 놔준 녀석을 누군가 데려다 키우다 이렇게 석유를 들이 부은 것으로 해석됐다.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 서울 장위동에 있는 큐동물병원으로 이 녀석을 데려갔다.
병원에 유기묘 출신 고양이 두 마리를 거둬 키우고 있는 문순찬 원장은 이전에 해온 것처럼 캣맘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석유를 빼기 위해 목욕을 연신시켜도 냄새는 쉽게 가시질 않았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고 몸은 바짝 말라 있었다.
해도해도 냄새가 빠지지 않고 몸에도 좋지 않을 것같아 다음날 털을 완전히 밀었다. 몸은 더 앙상했고, 배와 등 쪽에는 외상이 있었다.
"누가 석유 뿌리고 불붙이려는거 도망 나온 거 같대요." 처음 이 녀석의 소식을 전해준 캣맘이 덧붙인 말이었다.
그 말에 설마했지만 이 모습을 보면서 정말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털을 밀고 자세히 살펴보니 1년 정도된 은색의 아비시니안 믹스로 보였다.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눈을 제대로 떴고, 먹는 것과 배변에도 문제가 없었다. 살도 차차 올라왔다.
구조 뒤 열흘이 지난 지금, 이 녀석은 여전히 볼품은 없지만 허물 벗듯 새살이 올라오고 있고, 보송보송 털도 보인다.
다른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지만 사고 이전 그랬던 것처럼 사람에 애교도 보여주고 있다.
새살과 함께 털이 자라나면 은색의 멋진 고양이 모습을 되찾을 것이 틀림이 없다.
(입양문의: 010-8242-3171 통화가 어려울 수 있으니 문자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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