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지, “반려견과 살아간다면 기본은 책임이죠”
2018.05.10 10:00:00 박은지 객원기자 기자 sogon_about@naver.com허영지와 강아지계 원빈 '우주'
[노트펫] 양처럼 순한 외모에 비글처럼 에너지 넘치는 성격, 보통 베들링턴테리어 종에 대해 설명하는 말이다. 베들링턴테리어 우주와 허영지 씨가 만나 그 에너지는 한결 더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달려들며 뛰어다니는 우주, 그 뒤를 쫓아다니며 간식이니 장난감이니 꺼내들고 우주 못지않은 밝은 기운을 뿜어내는 허영지 씨. 둘의 조합을 지켜보기만 해도 주변에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 같다.
◇ 베들링턴테리어, 너무 매력 있지 않아요?
허영지 씨는 반려견 우주의 생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2016년 7월 17일생이에요. 잘생겼죠? 강아지계의 원빈이랄까요.”
그녀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장난감을 물고 뛰어다니는 우주와 합을 맞춰주는 데에 무척 능숙해 보인다. 독립하기 전 본가에서도 같은 견종의 강아지 두 마리를 키웠던 만큼 베들링턴테리어 견종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그만큼 깊다.
“본가에 있는 강아지들은 6살이고 레옹, 열매예요. 처음에는 독립을 하면서 집에서 키우던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를 데려왔어요. 그랬더니 집에 남은 다른 한 마리가 계속 하울링을 하면서 찾는 거예요.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싶어서(웃음) 다시 데려다놓고 우주를 입양하게 되었어요. 왜 또 베들링턴테리어냐고요? 이 견종을 한번 키우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정말 너무 매력적이거든요.”
사실 웬만한 에너지로는 감당하기 힘들게 느껴질 법도 한데, 그녀는 그 깨발랄한 성격이 자신과 닮아서 오히려 잘 맞는단다. 도리어 독립 후 혼자 있던 시기에는 반려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이 역시 어울린다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우주를 입양한 것.
하지만 중요한 건 강아지를 통해 나의 외로움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반려견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라는 걸 허영지 씨는 잘 알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최대한 우주를 데리고 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시켜주려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주는 아기 같아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스케줄이 있을 때도 최대한 데리고 다니거나 베들링턴테리어만 모이는 놀이 장소에 맡기거나 해요. 일반 강아지 유치원 같은 곳은 보통 강아지들이 우주 에너지를 감당하질 못하더라고요. 제가 괜히 미안하고 눈치가 보여서 세 군데나 옮긴 끝에 지금은 베들링턴테리어끼리 놀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어요. 거기 다녀오면 우주가 정말 에너지가 쏙 빠져서 기절하듯 잠들어요.”
◇ 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익숙해요
동물과 함께하는 형태의 삶이 자연스럽게 배어들어 있는 사람은 몇 마디 이야기만 나눠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우주가 너무 힘들게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허영지 씨는 ‘우주는 어릴 때부터 건강해서 힘들 일이 없었어요’ 하고 대답한다. 개가 사람의 생활양식을 맞추지 않아서, 말썽을 피우거나 사고를 쳐서, 본능대로 짖고 뛰어다녀서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다.
“저는 동물이랑 사는 게 옛날부터 익숙했어요. 어릴 때는 진돗개를 키우기도 했는데, 그때만 해도 모든 개가 그렇게 충성심이 높고 말도 잘 듣는 줄 알았어요. 우주는 그에 비하면 정말 천지차이죠. 우주는 소파 뼈대가 드러날 정도로 물어뜯은 적도 있다니까요. 제가 하는 말도 다 알아듣는 것 같은데 불리한 건 모르는 척 하는 게 어우, 너무 얄밉죠(웃음). 한 번은 새벽 6시에 스케줄이 있어서 나가야 하는데 우주가 갑자기 아픈 거예요. 그래서 새벽 내내 돌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새벽 5시 30분에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근데 의사 선생님 앞에 가니까 애가 멀쩡해지더라고요. 그게 알고 보니 꾀병이었어요. 잠도 한숨 못 자고 간호했는데!”
신경전을 벌이며 투닥거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형제자매사이처럼 보인다. 어릴 때는 아기를 좋아해서 이웃집 아기를 거의 키우다시피 돌봤다는 허영지 씨는 우주를 혼내는 데 치중하기보다 오히려 필요한 활동량을 채워주기 위해서 애쓴다.
“사고를 칠 때도 있지만, 우주도 저랑 생활하는 걸 많이 이해해주는 느낌이에요. 기다리면 엄마가 돌아올 거고 훈련을 따라오면 보상을 받는다는 것도 이해하는 것 같아요. 우주랑 궁합은 솔직히 100%라고 생각하는데, 우주는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으로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어요. 저는 너무 좋다고 하는데 우주는 전혀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죠?”
◇ 헤어짐은 상상할 수 없죠
우주와 함께 지내면 정신이 없으면서도 그 자체가 힐링이라는 허영지 씨. 직업 특성상 우주를 데리고 다닐 수도 있지만, 집을 오래 비우는 일반 직장인들이 키우기는 힘들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실제로 활동성이 높은 개들은 공동주택에서의 생활이 적합하지 않아 파양되는 경우도 많다. 충분히 산책하지 못해 집안에서 내뿜는 에너지를 ‘사고 친다’고만 생각하여 버리는 것이다.
“버리는 건 절대 안 돼요. 무조건 첫 번째가 책임감이고, 그게 반려인의 기본이죠! 그래서 개를 입양할 때는 자기 성격이랑 강아지 성격을 잘 고려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키우기 전에 사전 정보를 얻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거 환경 같은 것도 고려해야 하고요.”
버려지는 개나 이별하는 상황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는 허영지 씨는 작년에 유기견 프로젝트 ‘함께할개’의 일환으로 노래를 부르다가도 우주를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 ‘집으로 들어가 보면 왠지 니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라는 가사에 반려견과의 이별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레 감정 이입이 되었다고.
앞으로도 강아지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힘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모부가 유기견 보호소처럼 거의 50여 마리를 사비로 돌봐주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은 이모부 댁으로 종종 일을 도와드리러 가기도 한다.
막내로 자랐다는 영지 씨는 언뜻 보기에도 마냥 해맑은 듯 막내 티가 나는데, 우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어엿한 한 생명의 보호자답다. 우주와 함께하면서 그녀 스스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 것 같단다.
“제가 좀…… 남을 잘 돌보는 것 같아요(웃음). 우주한테 스스로 ‘엄마’라고 칭하면서 더 책임감이 생겨요. 내가 없어지면 우주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제 안전에 대해서도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결국 본인 몸 챙기는 것 아니냐고 웃었지만, 우주에 대한 진심은 뚝뚝 묻어난다. 옆에서 태연하게 인형을 망가뜨리고 있던 반려견 우주가 안심하고 뛰놀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애정 어린 책임감 덕분일 테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