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묘연.. 23마리 새끼 고양이의 강제 아빠 된 사연
2018.05.17 14:30:36 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노트펫] 경상북도 영양군에 살고 있는 A 씨는 최근 두 달 동안 23마리 새끼 고양이의 아빠로 강제 간택돼 육아 생활에 여념이 없다.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간 A 씨는 시골 환경에 적적함을 느낄 즈음 우연찮게 만난 고양이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대디'가 됐다.
많을 때는 100마리나 되는 고양이의 밥을 챙겨준 적도 있다는 A 씨는 3월 13일 경 어릴 적 집에서 돌봐줬던 길고양이를 다시 만났다.
돌아온 녀석은 한눈에 봐도 배가 불룩하게 불러 있는 상태였다. 반가움 마음도 잠시. 창문을 열어주자 집으로 들어온 녀석은 잠시 후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어릴 적 몸이 아파 집에서 돌바줬던 녀석이 어느새 자라 건강하게 새끼까지 출산하자 처음엔 기뻤다는 A 씨는 출산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감동스럽기까지 했단다.
그런데 이틀 뒤 다른 길고양이가 A 씨의 집을 찾아와 창틀에 올라 울기 시작했다.
이 녀석 역시 배를 보니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로 보였다고.
안쓰러운 마음에 창문을 열어줬고 잠시 후 4마리의 새끼를 출산했다.
그렇게 총 9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태어났다.
출산 후 예민해진 어미 고양이들끼리 싸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공동육아를 하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평소 밥을 챙겨주던 길고양이 하나가 출산 이후 죽어있는 걸 발견한 A 씨.
어미가 죽었으니 새끼도 무사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새끼들을 찾아다녔다.
이웃집 창고 안에서 나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집주인의 양해를 구한 뒤 들어가자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며칠은 굶은 듯 비쩍 마른 모습으로 울고 있었다.
어미를 돌보던 정이 있어 모른 척할 수 없었던 A 씨는 결국 네 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인공 수유도 시키고 출산한 어미 고양이 두 마리에게 젖동냥도 하며 간신히 살려냈다.
그렇게 13마리가 됐다.
처음엔 출산의 신비가 그저 놀랍고 기뻤는데 마릿수가 자꾸 늘어나니 걱정이 됐다는 A 씨.
특히 근처에 동물병원이 없는 외진 곳이라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고양이 산부인과'로 소문이라도 난 것인지 희한하게 두 마리의 임산부 고양이가 또 찾아왔고 9마리의 새끼가 더 태어났다.
그렇게 총 22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태어났다. 그중 3마리가 미숙아로 태어나 무지개다리를 건너 19마리가 남았다.
그리고 바로 어제, 또 임신한 고양이에게 집을 내어준 A 씨는 17일 오전 11시경 노트펫 기자와 통화 도중 네 마리의 새끼가 태어난 것을 발견했다.
이로써 총 23마리 새끼 고양이의 아빠가 된 A 씨.
A 씨는 "시골 길고양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37마리의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사비로 시켰다"며 "개인적인 활동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양군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겁내지 않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길고양이들만 사람을 만나면 도망치느라 바쁘다"며 "길고양이가 사람을 겁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존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냐고.
23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은 모두 적당한 때가 되면 입양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A 씨는 "23마리 모두 좋은 주인을 만나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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