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고양이 역장 '다행이'.."네가 있어 다행이야"

2015.07.07 10:28:35    김서연 기자 mainlysy@inbnet.co.kr

"하루에 10팀 정도 다행이를 보러 오시는 것 같아요. 7000명이 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도 있어요. 다행이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다들 흐뭇해 하세요. 이것만 보아도 고양이 역장 다행이의 임무는 충분합니다"

 

최근 일본에서 철도역장으로 근무하던 삼색털 고양이 다마가 죽었다.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시킨 대단한 고양이의 죽음, 일본 전역에서 수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우리나라에도 다마 같은 고양이가 있을까. 있다. 

 

지하철 1호선 역곡역에 가면 고양이 역장을 볼 수 있다. 다행이는 1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노련한(?) 역장이다. 명예역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다행이를 만나봤다.

 

역장님이 졸고있다니..뭐냥....    ⓒ노트펫

 

점심시간이 지난 나른한 오후, 다행이는 깊은 낮잠에 빠져있었다. 뭐가 그리 행복한지 입맛을 쩝쩝 다시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숙면에 들어간 다행이를 대신해 김행균 역장에게 자세한 사연을 들어봤다.

 

다행이는 현재 2살 정도로 추정된다. 천안의 한 마트 주차장에서 쥐덫에 걸려 있다 구조됐다. 이후 마땅한 임시보호처를 찾지 못해 안락사 위기까지 겪었다. 다행히 김행균 역장이 입양한 후 다행이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김 역장은 2003년 철로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하려다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아름다운 철도원으로 잘 알려진 분이다.

 

지난해 4월 큰 사고를 겪은 후 갈 곳도 마땅치 않던 다행이가 명예역장에 임명된 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다행이가 명예역장에 임명된 이유도 이와 같다. "이곳은 종일 직원이 상주합니다. 그러니 항상 다행이는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요. 한시름 놓았죠."

 

하지만 다행이가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란다. 다행이는 어느새 존재만으로도 역내에는 큰 웃음이 번진다. 다행이가 기분 좋은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것.

 

"모든 직원들이 다행이 덕분에 웃어요. 그게 참 '다행'이죠. 하하"

 

그때 다행이가 슬며시 눈을 떴다. 이제 역장의 모습을 보여줄 참인지 고객지원실 문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나갔다. 다행이가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익숙한 듯 다행이에게 안부를 물었다. 한 학생은 "다행이는 이미 이 지역의 슈퍼스타"라며 치켜 세웠다.

 

에헴 이제 시작해볼까    ⓒ노트펫

 

다행이는 이미 이런 시선은 익숙하다는 듯 행동했다. 널브러져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아직 잠을 다 깨지 못한 듯 하품을 하기도 했다. 다행이에게는 역곡역이 익숙해보였다. 진짜 역장처럼.

 

다행이의 등장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자 더운 날에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져 봤다. 역내 관계자는 "다행이는 너무 게을러서 더 움직여야 된다"며 웃음 섞인 농담을 던졌다. 다행이는 알아들었는지 그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다행이의 오후 업무가 시작됐다.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야..  ⓒ노트펫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