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만든 고기가 몰려온다..갈피 못잡는 정부와 의회

 

[노트펫]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닭고기, 소고기, 오리고기가 미국 시장을 향해 한발자국씩 다가서고 있다.

 

관계당국이 규제방법을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착실히 진군하고 있다(참고 1).

 

그러나 최근 미 하원 세출위원회(appropriations panel)가 발표한 세출안 초안을 읽어보면, 일부 국회의원들이 적절한 법령을 제정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세출안에 담긴 한 문장짜리 제안에서는 미 농무부(USDA)를 '가축이나 가금류의 세포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주무부처로 지목하고, '생산자와 라벨 표시를 감독하는 방법'에 대한 법령을 제정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미 출시되어 있는 인조고기(plant-based meat imitation)가 식물을 기반으로 하는 것과 달리,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이를 종종 '청정고기'라고 한다)는 동물에서 시작된다.

 

생산 방법은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이 미래지향 식품들은 동물에서 추출되어 배양된 세포에서 시작되어, 너겟이나 버거 패티를 만들기에 적합한 근육조직으로 개발된다.

 

2013년 최초의 '실험실에서 만든 소고기'가 연극을 흉내내며 과장되게 선보인 후(참고 2), 많은 업체들이 세포농업(cellular agriculture)이라는 신생분야에 뛰어들어 자신들만의 고기 원형(meaty prototype)을 빚어 왔다.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멤피스 미츠(Memphis Meats)는 전통적인 육류산업의 강자인 타이슨 푸즈(Tyson Foods)에서 투자를 받아(참고 3) 소고기, 오리고기, 닭고기를 개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또 하나의 업체인 저스트(JUST)는 닭의 깃털에서 추출한 세포를 기반으로 하여 닭고기 제품을 개발했다. 저스트의 CEO는 올해 말 레스토랑 용 육류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참고 4).

 

청정고기(clean meat)의 옹호자들에 따르면,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는 동물을 도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육류생산보다 에너지와 땅을 절약할 수 있으며 메탄 등의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초읽기에 들어간 '배양된 고기'는 규제와 관련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고기'라고 부를 것인가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축산업자연맹은 USDA에 제출한 청원서에서(참고 5), "전통적 방식으로 태어나고 사육되고 수확된 동물에서 유래하는 제품에만 '소고기'나 '고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에 관한 USDA의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USDA 산하 식품안전검사국(FSIS: Food Safety and Inspection Service)은 고기, 가금류, 달걀 제품의 품질을 관장하고 있다.

 

한편 인간의 세포와 조직으로 만들어진 제품의 안전성을 담당하는 미 식품의약국(FDA)은 GM 동물(genetically engineered animal)을 관장하고 있다. 예컨대 FDA에서는 2015년 신속하게 자라는 아구아바운티(AquaBounty)라는 GM 연어를 승인한 바 있다(참고 6).

 

일각에서는 "접시에 가득 든 동물근육세포는 '도축된 제품'이라기보다는 '세포기반 제품(cell-based product)'에 가까우므로, USDA보다는 FDA의 소관사항"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도축장에서 행해지는 검사방법에는 '배양된 고기 검사' 필요한 전문지식이 결여되어 있다"라고 뉴욕에 있는 뉴하비스트(New Harvest)라는 비영리 연구소의 이샤 데이타 소장은 말했다.

 

뉴하비스트에서는 '배양되는 동물세포의 성장과 수확'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데, 데이타 소장에 따르면 학계에서는 이 분야에 아직 관심을 덜 보이고 있는 편이라고 한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의 고기와 동등하다고 주장하려면, 명확히 해둬야 할 사항들이 많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닭의 근육세포를 만드는 원료(세포)에 대한 기준도 확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지난 9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 총회에 세출안을 상정하기 위해 열린 농업 소위원회에서는, 'USDA로 하여금 세포농업을 관장하게 하자'는 제안이 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로사 들로로(민주당-코네티컷)는 그 결정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가 그런 식품생산 방법의 장단점을 충분히 알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기에 앞서서,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의뢰해야 한다".

 

그녀는 지난 3월 미 회계감사원(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에 보낸 서한에서, 세포농업에 대한 규제의 틀을 심사해 달라고 요구했다(참고 7).

 

굿푸드 인스티튜트(Good Food Institute; 워싱턴 DC에 있는 비영리단체로, 식물기반 고기, 배양된 고기, 대안 유제품을 지지한다)에서도, 미 하원의 세출안에서 부적절한 용어를 삭제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굿푸드의 정책담당 책임자인 제시카 알미는 성명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회가 세출안을 이용하여 관계당국에 불필요한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규제 대상인 소규모 업체들에게 아무런 자문을 구하지 않은 것은 불찰이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에 대한 규제가 난항(예: 유전자조작의 감독에 대한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규제 시스템이 기술의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라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의 바이오텍 규제 전문가인 토드 쿠이켄(환경과학)은 말했다.

 

"우리는 현재 미친 땅(crazy land)에서 살고 있다. 어마무시한 것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갖 제품과 변화하는 기술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의 출시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확답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그는 개탄했다.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참고문헌
1.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3/artificial-chicken-grown-cells-gets-taste-test-who-will-regulate-it
2. http://www.sciencemag.org/news/2013/08/first-artificial-burger-gets-tepid-reviews-billionaire-financier-unmasked
3. https://www.tysonfoods.com/who-we-are/the-feed/why-we-are-investing-alternative-proteins
4. https://edition.cnn.com/2018/03/01/health/clean-in-vitro-meat-food/index.html
5. https://www.fsis.usda.gov/wps/wcm/connect/e4749f95-e79a-4ba5-883b-394c8bdc97a3/18-01-Petition-US-Cattlement-Association020918.pdf?MOD=AJPERES
6. http://www.sciencemag.org/news/2015/11/updated-genetically-modified-salmon-wins-fda-approval
7. http://www.foodsafetynews.com/2018/03/u-s-representative-wants-review-of-lab-meat-cell-cultured-food/#.WvML76Qvypo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5/lab-grown-meat-advances-us-lawmakers-call-regu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