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망치대자..'나 여기 있다옹..응답한 아깽이'
2018.05.25 18:25:57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노트펫] 부처님 오신날이었던 지난 22일 오후 5시쯤 제주시 연동의 한 상가건물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제주 동물보호단체 제주동물친구들의 윤경미 대표와 이인희 길고양이 팀장이었다. 상가 호프집 출입구 벽 틈에서 울어대는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서였다.
호프집에 따르면 이 녀석은 사흘 전부터 벽 속에서 애처롭게 울어대고 있었다.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끼악끼악 울어대는 소리가 듣기 좋을 리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그 안에서 생을 다한다면 더 큰 일이었다.
호프집의 신고에 소방당국도 출동했지만 전기배선과 벽을 부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산상 손해 때문에 건물주와 상의하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던 상황이었다.
업주는 다시 제주동물친구들에 구조를 요청했고, 윤 대표와 이 팀장은 구원투수로서 등판한 것이었다.
아기 고양이가 갇혀 있다는 출입구 쪽은 위에 전기배전함이 있었고, 아래에는 벽이 있었다. 먼저 배전함을 열어 고양이가 있는지 확인해 봤다. 그곳엔 보이지 않았다.
배전함 아래 벽틈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벽을 이곳저곳 두드려 봤다. 사흘 동안을 있는 힘껏 울어대서 기진맥진했는지 반응이 없었다.
일단 아래 벽쪽을 뜯어 보기로 했다. '꽝! 꽝!' 망치질을 몇 번했을 무렵, 갑자기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힘을 다해 살려달라는 울음소리였다.
이 녀석을 구조하는데는 다행히 얼마 걸리지 않았다. 소리로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벽을 뚫고 고양이를 꺼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채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온 아기고양이.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었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대략 10일 정도로 추정되는 아기 고양이였다.
제주동물친구들은 구조 요청자에게 구조 동물을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 경우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고 또 워낙 어린 녀석이라서 지금은 임시보호처에서 보호하고 있다.
꼬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녀석. 현재 하루에 6번 정도 수유를 받고 있고, 종일 먹고 자고 싸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인희 팀장은 "꼬봉이가 사료를 먹기 시작할 때가 되면 구조 요청자에게 돌려보낼 예정"이라며 "구조 요청자가 입양하거나 아니면 이 녀석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새주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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