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밥 뺏는 냥아치?..알고보면 냥데레?!

2018.06.28 15:19:50    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오봉이의 밥그릇을 탐하는 봉지.

 

[노트펫] 냥아치다. 냥아치가 나타났다!

 

미성 씨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려견 밥을 뺏어먹는 반려묘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는 밥그릇을 사수하려는 고양이 봉지와 그런 봉지 몰래 사료를 먹으려는 강아지 오봉이가 등장한다. 미성 씨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그렇게 보인다.

 

순순히 밥그릇을 바치지 않으면 냥펀치가 유혈사태를 일으킨다.

 

그러나 사실 이 밥그릇의 주인은 오봉이, 식탐 많은 봉지가 오봉이의 밥을 뺏어먹는 상황이다. 밥을 뺏어먹으면서 너무나 당당한 모습에 실소가 터진다.

 

미성 씨는 "오봉이 밥을 챙겨주고 잠깐 한눈판 사이 저런 상황이 연출됐다"며 "뺏어먹으면서도 뻔뻔하게 구는 모습이 웃기고 어이가 없어서 동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누나, 그거 내 밥인데..."

 

미성 씨에 따르면 오봉이가 당한 건 이번만이 아니다. 봉지는 평소에도 오봉이 사료를 꺼낼 때마다 달려와서 뺏어먹으려 해 미성 씨로부터 수 차례 저지를 당한 전과가 있다.

 

귀여운 막내를 괴롭히는 냥아치 누나지만, 오봉이가 봉지를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봉지는 오봉이가 가장 무방비상태인 배변활동 시 안전을 책임진다.

 

아무리 동생을 괴롭혀도 위험할 때 지켜주는 건 누나밖에 없다.

 

평소 미성 씨는 오봉이의 배변교육을 위해 화장실에 들여보내고 문을 살짝 닫은 뒤 지켜본다. 오봉이가 잘하고 있나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봉지가 나타나 문틈으로 확인을 한다. 오봉이가 화장실에 갇힌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모양이다.

 

또 오봉이가 강아지용 배변패드 위에 볼일을 보고 나면 봉지가 앞발로 패드를 덮어 흔적을 없앤다. 오봉이가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다는 귀여운 오해 때문이다.

 

 

오봉이는 태어난 지 5개월 된 말티즈다. 두 달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래층 이모님께서 오봉이를 입양보내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허락을 구해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미성 씨의 남편이 키우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녀석과 쏙 빼닮아 마음을 빼앗겼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입양을 결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강아지와 고양이의 동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우선 며칠만 임시보호를 해볼 요량이었다. 미성 씨 집에는 봉지 외에 봉달이도 있었기에 임시보호 기간 동안 오봉이와 고양이 남매가 잘 지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로 했다.

 

오늘은 형 봉달이에게 집을 빼았겼다.

 

오봉이를 데려온 첫날은 집안에 불안감이 감돌았다. 순둥이인 오봉이는 소파 옆 구석에서 나오지를 않았고, 봉지는 오봉이를 정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감시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고양이 남매가 오봉이를 인정해줬고, 오봉이도 고양이들에게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봉지에게 기선제압을 당한 터라 감히 선을 넘는 일은 없었다. 형과 누나의 심기가 불편해 보이면 오봉이는 적당선을 지키며 관계를 유지했다.

 

군기반장 봉지와 눈치 보는 막내 오봉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말년병장 봉달이.

 

미성 씨는 냥펀치 한번에 시무룩해져 눈치를 보는 오봉이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싸우지 않고 지내는 모습에 만족한다고 한다. 함께 지낸 지 고작 3개월차인 만큼 점점 나아질 거라는 마음이다.

 

미성 씨는 "순한 아이들이라 큰 마찰없이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지내줘서 너무 고맙다"며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이좋은 고양이, 강아지들 같은 모습은 욕심내지 않을테니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오래 오래 건강히 옆에 있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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