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더미 속엔 눈도 못뜬..' 제주 폐가에 방치된 수십마리의 개들

2018.07.11 13:50:40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코를 찌르는 악취. 분변더미 위에 나뒹귀는 눈도 못 뜬 강아지들. 뼈만 남아 유령처럼 움직이는 개들.'

 

제주도 성산의 한 폐가에서 33마리의 개들이 방치돼 있다가 구조됐다.

 

지난 7일 제주 동물단체 제주동물친구들(이하 제동친) 관계자들이 경찰, 시청 관계자와 함께 성산의 한 폐가를 찾았다.

 

일출봉, 섭지코지 등 제주도 유명 관광지가 몰린 성산을 지나던 한 관광객이 도로를 헤매는 개들을 따라갔다가 사람이 살지 않는 돌담집에 개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서다.

 

 

폐가 근처 도로에서는 제보대로 개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니거나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봉투를 뜯고 있었다.

 

제보자가 지목한 집을 찾았을 때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의 도움으로 방문을 여는 순간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확 풍겨왔다. 하지만 똥더미 위에서 뒹구는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 젖이 불어 있는 여러 마리의 어미개들. 이미 백골화된 몇몇 사체 사이로 사람의 눈을 피해 구석으로 힘없이 피하는 개들.

 

총 33마리의 개들이 폐가에 방치돼 있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탐문을 해 본 결과, 이 집은 이미 악명이 높았다.

 

대략 2년 전 쯤부터 이렇게 방치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60대의 견주는 처음에는 함께 살면서 개들을 보살폈지만 신상변동으로 거처를 옮겼고, 개들은 그대로 남았다.가끔 와서 던져주는 먹이가 전부였다.

 

 

하루 종일 붙어 치워도 계속 쌓이는 분변은 그대로 방치됐고, 위생상태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먹이 부족이든 위생 문제든 병에 걸려 죽은 개의 사체 역시 그대로 방치됐다. 그러는 사이에도 자체 교배는 계속 돼 숫자가 불어나고 잇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읍사무소는 물론 시청에까지 이미 민원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한 번은 개들을 마을에서 견주로부터 떼어놓기도 했지만 소유권을 포기하는 않아 다시 돌려주는 일도 발생했다.

 

제동친과 경찰은 상황이 몹시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동물보호법 4조를 들어 33마리의 개들을 긴급격리보호조치한 뒤 제주 동물보호센터로 옮긴 상태다.

 

 

제동친 관계자는 "그 집은 사람이 다시 들어가서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치료를 진행하는 한편 견주가 개선의 의지를 보인다면 중성화나 치료등의 지원을 하겠지만 개선의 의지가 없다면 그 다음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33마리의 개들을 수용한 제주 보호센터는 이미 번잡한 상태에서 또다시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개들을 수용하는 처지에 놓였다. 임시조치일 뿐 언제까지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장기적으로 진행될 이번 사건 속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도움의 손길도 내밀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제동친 페이스북 글을 읽어주세요. 방치된 개들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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