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파리 가기]⑧ 전쟁같은 마무리, 난리법석 공항가는 길

 

[노트펫] 엄청 고급진 이사업체 직원들이 하도 신속하게 짐포장을 해서 시간이 남을 줄 알았더니 짐은 싸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박스 정리와 사다리차로 짐을 내리는 것도 한참 걸렸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 이사업체가 할 일은 예정된 시간에 끝나겠지만 내가 문제였다. 이사 후 뒷정리가 마저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아직 쓰레기도 남아있었고, 비행기로 가져갈 가방정리를 미처 다 못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짐들도 그대로였다. 그걸 정리해서 다시 짐을 쌀 시간이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서, 그새 또 3시 반이 되어버렸다. 이젠 무조건 출발해야만 하기에 큰 아이에게 콜택시를 부르라고 시켰다.

그런데 콜택시를 부른지 얼마 되지도 않아 택시가 근처에 거의 다 왔다고 전화가 왔다. 허걱. 뭔 콜택시가 이렇게 부르자마자 온다냐???

 

나는 부르고도 한참 있다가 오면 어쩌나 하고 미리 부른건데??? 에고에고.

남은 쓰레기들도 내다 버려야 하고, 짐 가방도 들고 나와야 하고 집 문단속, 불단속도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이 택시를 보내면 공항에 늦겠고. 안돼~~~!!! 그럴 순 없어.

 

우리는 그때부터 생난리가 났다. 핸드캐리할 짐, 짐부터 챙기고, 집안 불 켜놓은 거 다끄고, 창문 닫고, 장문은 냄새 빠지게 열어두고, 다 되었나? 뭐 빼먹은 거 없나???

 

자, 이제 마지막으로 고양이, 고양이를 챙겨야지.

 

둘째 고양이는 캐리어에 넣어두었는데 큰 고양이를 얼른 캐리어에 넣어야 한다. 아, 근데 이놈이 반항하네.

고양이가 겁을 먹고 안들어가려고 버둥댄다. 안돼! 가야해, 지금 급해!!! 결국 가방을 아래로 하고 고양이를 거꾸로 밀어넣어 겨우 캐리어에 넣을 수 있었다. 불쌍한 놈 ㅠㅠㅠ

 

하지만 너무 바쁜 우리는 그야말로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각자 가방을 대여섯 개씩 든 채 쓰레기는 들 손이 없어 발로 차 가며 겨우겨우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동안 택시 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여러번 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또 전화가 왔다.이번에는 기사 아저씨가 화를 내며 안태우고 그냥 가겠다고 하시는 거다. 안돼요~~~!!!! ㅠㅠㅠ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내가 얼른 뛰어내려가서 아저씨를 잡았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희 나왔어요~~~!!!!

입으로는 그러면서도 나는 쓰레기 봉투를 들고 택시가 아닌 쓰레기장으로 뛰었고 ㅠㅠㅠㅠ 화가 나 있던 기사 아저씨는 이게 뭐하는 상황인가 잠시 벙찐 표정이더니 우리가 든 짐을 보고서는 고개를 흔들며 차를 타고 그냥 가려고 하셨다.

 

하긴 큰 캐리어가 두 개, 작은 캐리어 한 개에 큰 가방 한 개. 거기에 고양이 작은 캐리어 두 개. 아이 약을 넣은 보냉 가방 두 개. 게다가 미처 정리를 못하고 이것저것 마구 쑤셔넣은 장바구니 서너 개까지.

 

그걸 다 들고 비틀비틀 나와서 택시를 타겠다고 하니… . 어이가 없을 수 밖에.

 

하지만 나는 이 택시를 놓치면 오늘 검역을 못받을 듯하여 결사적으로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아저씨를 잡느라 아무렇게나 아파트 앞에 팽개쳐놓은 짐가방 사이에서 고양이 캐리어가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심하게 떨어진 건 아니었지만 고양이는 놀라고 불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정신이 없어 고양이를 살필 겨를도 없었다.

 

나는 비행기 놓친다고 사정사정을 하고 당연히 비용은 추가로 더 지불하겠노라고 하면서 뒷좌석에 짐넣고 내가 낑겨서 앉을테니 제발 공항버스만 타게 해달라고 징징거렸다.

 

진상, 이런 진상이 또 어디 있는가. 콜택시 불러놓고 한참 있다가 내려오는 것도 짜증날 일인데. 짐을 산더미처럼 가지고 와서는 막무가내 태워달라고 하니. 넘나 미안할 일이었지만 급하다보니 어쩌랴. 잡고 매달릴 수 밖에.

 

 

솔직히 나도 짐싸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가 가져가야 할 짐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고양이 캐리어가 두 개가 추가되고 미쳐 정리하지 못한 짐들을 장바구니에 담아서 들고보니 어마어마했던 것이었다.

 

암튼 결국 맘약한 기사 아저씨가 차에 타라고 하셨고 우리는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차에 짐을 실었다.

영업용 택시는 가스통을 싣고다녀서 트렁크에 짐을 많이 넣을 수가 없는 통에 뒷좌석에 가방들을 밀어넣어야 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차에 짐을 다 싣고 마침내, 드디어, 공항으로 출발을 했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나는 정신없이 바빴다.

 

공항 검역소와 통화를 하기위에 전화번호를 알아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벌써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통화는 간단하게 끝나지가 않았고, 택시는 금세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이고. 전화통화 하랴, 짐 내리랴, ㅠㅠ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결국 나를 대신해 택시요금을 큰아이가 냈는데, 기사님이 딱 미터기 요금만 받으시는 거다.

아니, 아니, 비용을 더 드리기로 했는데요, 했지만 너무나 정신이 없다보니 결국 기사 아저씨는 그냥 가버리시고 말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넘 죄송하다. 온갖 진상을 다 부려놓고 마땅히 비용으로 보상을 해야 하건만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고작 몇천원만 내고 오다니, 그 기사아저씨는 왜 그러셨을까.

 

우리가 진상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돈을 더 받기는 우습다고 생각을 하셨을까. 그럴 필요 없는데. 짐 운반비와 기다리는 시간은 당연히 돈으로 환산이 되는 노동인데.

 

아저씨,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히 잘 왔어요. 항상 건강하세요~~. 마음으로나마 빌어봤다.  

 

[고양이와 파리가기]는 권승희 님이 작년 가을 고양이 두 마리를 포함한 가족과 파리로 이주하면서 겪은 일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옮겨 게재한 것입니다. 권승희 님의 블로그 '행복한 기억'(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dongun212)을 방문하면 더 많은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재를 허락해주신 권승희 님께 감사드립니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