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굶어서..' 먹는 법 잊어버린 푸들

2018.10.08 16:36:20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구조 당시 푸들 베니의 상태는 심각했다.

 

[노트펫] 주인의 방치 끝에 너무 오래 굶어서 먹는 방법을 잊은 푸들이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미국 동물 전문매체가 지난 4일(현지시간) 전했다.

 

한 행인이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 주(州) 탬파 시(市) 거리의 한 주택 창가에서 이상한 것을 목격했다. 가죽 밑으로 뼈대가 고스란히 드러난 푸들 개가 집안 창가에 앉아있었다. 털이 다 빠져서 머리에만 조금 남아있었고, 피부는 불그스름했다.

 

행인은 놀라서 탬파 시 동물 담당부처에 신고했다. 담당 공무원들이 가택수색 영장을 받아서 그 집을 찾아갔고, 그 푸들뿐만 아니라 다른 개 2마리를 더 발견했다. 2마리도 모두 오래 굶주리고 앙상하게 마른 상태였다.

 

공무원들은 3마리 모두 구조했지만, 푸들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9살 푸들 ‘베니’도 너무 쇠약한 상태여서, 이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베니는 당뇨병에 걸린 데다, 피부병으로 털 대부분을 잃었고, 발에 종양도 있었다.

 

수척하게 말라서 뼈대가 다 보이는 푸들 베니.

 

탬파 시 동물보호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베니를 돌봤지만, 베니에게 안락사 결정이 내려졌다. 동물보호소는 베니를 안락사 시키기 전에 마지막으로 노령견 보호소 ‘시니어 퍼스 생추어리’의 설립자 데비 골즈베리에게 베니를 맡아줄 수 있는지 편지를 보냈다.

 

골즈베리는 “어떤 보호소도 베니를 맡지 않는다면, 베니는 살 수 없었다”며 “그래서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아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베니를 데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베니는 탬파 시에서 남쪽 도시 포트마이어스로 이주했다. 골즈베리는 베니를 포트마이어스 시 수의사들에게 보였다. 하지만 어떤 수의사도 베니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베니가 먹는 방법을 잊어버린 데다, 소화 능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골즈베리는 “베니는 더 이상 먹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며 “입에 음식을 물고 있지만, 어떻게 먹는지 알지 못했고, 베니가 삼키더라도 몸에서 소화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식사량이 조금만 많으면, 베니는 토했다. 당뇨병을 앓는 개들은 물을 많이 마시는데, 베니는 물도 마시지 않았다. 골즈베리는 “먹는 방법을 잊어버릴 정도로 굶주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베니와 될 수 있으면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옷이 헐렁할 정도로 수척한 베니.

 

골즈베리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베니는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동물병원에서 퇴원해, 시니어 퍼스 생추어리에서 개 26마리와 함께 지내면서 더 좋아졌다.

 

베니의 당뇨병은 좋아졌고, 몸에서 털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체온 유지를 위해 입혔던 옷들이 헐렁했지만, 제법 몸에 맞을 정도로 살도 붙었다.

 

베니의 몸에 검은 털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골즈베리는 “사람들이 베니를 걱정한다는 것을 베니가 깨달은 것 같다”며 “베니가 조금씩 먹기 시작했고, 물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기뻐했다. 베니는 이제 꼬리도 흔들고, 장난감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베니가 시니어 퍼스 생추어리 사람들의 사랑 덕분에 불치병을 극복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베니의 회복은 쉽지 않았다. 베니가 발 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후, 수의사는 베니가 완치할 수 없는 암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골즈베리는 “암 단계가 5기까지 있는데, 베니는 3기”라며 “우리의 작은 ‘축복이’에게 매일이 특별한 날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고, 베니는 여생동안 사랑받고 돌봄을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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