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칼 이용해 탐지견 만든 러시아 항공사

[노트펫] 우리나라의 공항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의 공항은 안전관리를 상당히 철저히 한다. 승객이 조금이라도 규정에 맞지 않는 물품을 소지하고 있거나, 안전요원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탑승 자체가 거부당할 수도 있다.

 

또한 공항 경내에는 완전 무장한 안전요원들과 함께 훈련받은 탐지견(detection dog, sniffer dog)들이 수시로 폭발물 같은 위험한 물품을 찾기 위해 수색한다. 사람과 개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여행객들은 안심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다.

 

나라의 관문인 공항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비단 미국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나라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경우, 공항과 기내 안전을 위해 주목할 만한 노력을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의 국책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 러시아항공(Aeroflot Russian Airlines)은 테러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폭발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아예 새로운 탐지견 품종을 하나 만들었다. 탐지견 품종의 이름은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술리모브 도그(Sulimov dog)라고 하였다.

 

엄청난 후각을 가진 술리모브 도그. 아에로플로트는 암 진단에도 활약할 수도 있다고 소개한다. 아에로플로트 트위터

 

그런데 새로운 탐지견에는 다양한 종류의 개들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인 자칼의 혈통도 포함돼 있다. 개발자가 자칼까지 굳이 동원한 것은 개보다 후각이 더 예민한 자칼의 출중한 능력을 자신의 탐지견에게 건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야생의 자칼은 사냥도 잘 하지만 청소동물답게 예민한 코로 동물의 사체에서 풍겨나는 냄새를 맡아서 배를 채우는 일에도 능숙하다. 자칼의 코가 자칼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셈이다.

 

투르크멘 황금자칼의 사진을 구할 방법이 없어서 아프리카가 고향인 검은등자칼의 사진을 대신한다. 2013년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

 

그런데 술리모브 도그를 만들기 위해 투입된 자칼은 아프리카의 자칼이 아닌 러시아 남쪽에 위치한 투르크멘의 황금자칼(Turkmen golden jackal)이다. 남아시아, 소아시아 등에서 서식하는 황금자칼은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동물이다.

 

아프리카의 다른 자칼들과는 달리 유전적으로 늑대, 코요테와 더 가깝다. 차라리 황금자칼보다 황금늑대로 개명하는 게 해당 동물의 정체성에 더 맞을 것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투르크멘 황금자칼과 짝을 이뤄 자칼 도그(jackal-dog hybrid)의 부모가 된 것은 핀란드 래프랜드의 원주민인 수미족(Sami)의 순록을 지킨 래프랜드 레인디어 도그(Lapland reindeer dog)였다.

 

더운 곳인 투르크멘의 황금자칼이나 북극과 같은 혹한의 래프랜드에 사는 레인디어 도그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자연에서 결코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능한 탐지견을 만들겠다는 사람의 의지로 새끼까지 낳는 사이가 된다.

 

지인이 기르는 폭스테리어

 

이렇게 어렵게 태어난 1세대 자칼 도그(half-bred jackal dog)는 사람들이 길들이고, 훈련시키기가 매우 어려웠다. 자칼 도그의 혈통 중 정확히 절반이 황금자칼이었으니까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 결과, 허스키와 폭스테리어, 스피츠 같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영리한 개들이 추가 투입된다. 이렇게 자칼의 피가 점점 줄어들고, 개의 피가 늘어나면서 술리모브 도그는 개발자가 의도한 것처럼 탐지견 훈련과 실전이 가능하게 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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