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짖음방지기 직접 착용해 본 수의사

2018.11.05 16:55:29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개 짖음방지 목걸이를 직접 착용하고 시험해 본 수의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 목젖 아래 목걸이를 댄 남성이 등장한다.

 

살짝 긴장한 듯도 보이는 이 남성. 갑자기 "왈!왈!" 짖는다. 그런데 그 직후 뭔가에 쏘인듯, 얼굴이 찡그려 지는듯 하더니 목걸이를 성급히 떼어낸다. 

 

동영상을 찍는 이도 놀란 듯이 영상이 흔들린다. 그 뒤 이어지는 동료들과 이어지는 웃음. 동료들 앞에서는 웃었지만 다시 목을 만져서 이상유무를 확인한다.

 

 

동영상 속 남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동물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권혁호 수의사다.

 

권 수의사는 2016년 우리나라의 윤리적 켄넬을 소개하는 굿보이토토 프로젝트를 진행,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는 오클라호마주립 수의대에서 공부를 더 한 뒤 현지에서 수의사로 일하면서 수의 영양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보호자가 맡겨놓고 간 개짖음방지 목걸이를 호기심에 직원들과 함께 시험해 봤단다.

 

"총 7단계 중 4단계에 놓고 했는데도 목 부위가 엄청 아프더라고요. 짖음방지기의 유해성은 이전부터 들어왔지만 실제로 해보니 생각 이상이더군요."

 

개 짖는 소리에 골치를 썩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반려견들은 층간소음이 많은 아파트에서 가장 많이 살다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짖음방지기를 쓰다가 그것으로도 민원이 그치지 않으면 성대제거수술까지 고려하는 이들이 있다. 실제 손에 넣기도 어렵지 않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수많은 개짖음방지기들이 팔리고 있다.

 

하지만 개짖음방지기 착용은 점차 학대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지난 8월 영국은 개짖음방지기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반려동물에게 해를 끼치는 고통을 줄 수 있는 가혹한 장치'라는 이유에서였다. 

 

 

짖음방지기는 목줄에 자극단자가 달려 있어 목에 채우면 성대의 울림 등을 감지해 전기자극을 주게 된다. 전기충격 그 자체다. 제품에 따라 흐르는 전압이 최대 4400~4600V(볼트)에 달하는데 이는 경찰이 사용하는 전기충격기의 전압(약 3000~6000V)과 비교할 때도 만만치 않다.

 

범죄자를 제압할 때 쓰는 전기충격기를 3, 4kg의 강아지에게 쓰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지난 8월 국내에서는 개짖음방지기를 착용시켜봤더니 목에 상처가 나고, 눈에 핏줄이 터졌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권 수의사는 "인간편의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제품이라는 새삼 확인했다"며 "짖음문제의 해결은 행동학적 교정이 중심이 되어야지 임시방편의 기기가 우선 고려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 수의사가 착용했던 짖음방지 목걸이는 어떻게 됐을까. 권 수의사의 경험을 들은 보호자는 짖음방지기는 사용하지 않고, 행동교정을 진행해 보기로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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