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텃새 '비둘기' 잡는 '까치'

야생의 세계에서 약한 자의 살점은 강한 자의 밥이 될 뿐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 이는 정글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런데 강한 자들은 영구히 강할까? 그렇지는 않다.


자연생태계에서 강함이라는 의미는 '영원한 강함'이 아닌 '종말이 있는 강함'이다. 절대 강자도 수명이 다해 죽으면 개미 같이 작은 동물들에게 산산조각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대자연은 무한한 순환을 하며 도도히 흘러간다.


도시속 생활공간도 그렇다. 사람들은 무관심하고 무감각하지만 아파트 화단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아파트의 잡초 밭에서도 벌레들의 사체와 그 주변에 모인 작은 벌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땅 위를 기는 벌레들 외에도 도시의 하늘을 서식지로 살아가는 날짐승들도 많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비둘기는 물론 참새, 까치, 직박구리도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갈매기들도 자주 만날 수 있다.


도시민들은 직장에서 일과를 마치고 아파트에 오면 저녁도 먹고, 잠도 자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리고 다시 아침에 와이셔츠와 양복이라는 현대판 갑옷을 입고 출근하게 된다. 그래서 아파트라는 말은 마치 견고한 성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도심 야생동물들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도 목숨이 걸린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캉스독스 아파트를 제집 삼은 듯한 비둘기지만 그들을 노리는 맹금류들도 있다.

 

대한민국 어느 아파트를 가도 매우 쉽게 만나는 비둘기라는 새가 있다. 비둘기에게 아파트는 인간들이 버리거나 흘린 먹이들이 넘쳐 나는 공간이다. 반면에 아파트는 비둘기의 살점을 노리는 맹금류들에게도 기회의 공간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식량창고나 마찬가지다. 맹금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쉬운 먹잇감인 비둘기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아파트는 비둘기들에게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다. 대한민국 아파트 주민들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야생 생태계는 아프리카 마사히마라나 세렝게티 국립공원 정도까지 가야 한다고 착각하기 쉽다.

 

이는 현실을 모르는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라는 도심 속 공간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무서운 곳이다.


2013년 여름, 아이들과의 공놀이를 위해 아파트 단지 내 공원으로 나왔다. 아이들과의 공놀이 도중 떨어진 공을 줍다가 사진과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대충 세어 보아도 20개가 넘을 것 같은 비둘기 깃털이 나뒹굴었다. 저 정도 깃털을 뽑히면, 비둘기는 목숨을 분명히 잃었을 것이다. 아마 자신의 몸뚱이를 노리고 공격한 맹금류에게 잡아 먹혔을 것이다.

 

불현듯 10여 년 전 출근길 아침에 생생히 목격한 잔인한 광경이 떠올랐다. 까치가 비둘기를 공격하여 죽여 놓고, 사체 위에 올라가서 먹잇감의 털을 천천히 뽑고 있던 모습. 그리고 그 주변에는 비둘기의 살점과 피가 흩어져 있었다.

 

2013년 7월 아내도 출근을 하면서 그런 장면을 보았다. 회사 정문 앞에서 까치가 숨이 붙어 있는 비둘기의 살점을 뜯어 먹고 있었다고 한다. 아내는 끔직한 광경에 질려서 경비실에 비둘기를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편히 쉬는 공간인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정체불명의 맹금류가 비둘기를 공격한 것 같다. 피습을 당한 비둘기는 치명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나는 잘 몰랐지만 내가 사는 작은 공간인 아파트 단지는 비둘기들에게는 언제든지 자신의 목숨을 빼앗길 수 있는 무서운 전쟁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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