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육교와 러시아와 북미의 불곰들
[노트펫] 미국 일부 대형마트에는 구내약국이 있고, 의약품은 물론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다.
물론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 가능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증명된 OTC약품(Over The Counter)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얼마든지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넉 달 전,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알래스카산 연어 기름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을 보았다. 당연히 마음이 흔들렸다. 병에 적힌 약의 효능은 구매 욕구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연어기름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여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등 각종 심혈관계 질환 발병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 비싼 가격이었지만 고민 없이 지갑을 열어버렸다.
연어(2018년 8월 텍사스 댈라스 페로박물관에서 촬영)
그런데 이렇게 혈관에 좋고 영양분도 풍부한 연어를 매일 수십 마리씩 먹어 치우는 동물이 있다. 엄청난 덩치의 불곰(일명 큰곰)들이다.
곰의 이런 호사는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다. 하지만 불곰의 이런 연어 섭취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불곰은 겨울잠을 위해 여름부터 체구를 키운다. 최대 1500파운드(680kg)까지 체중을 불린다. 이는 다 큰 소에 버금가는 체구다. 그래서 불곰은 칼로리가 높은 연어가 산란을 위해 강에 돌아오면 이를 먹고 또 먹는다.
불곰의 목표는 체내에 200파운드(91kg)의 지방을 비축하는 것이다. 성인 평균 체중보다 더 많은 지방이 필요한 것이다. 입이 다 물어지지 않는 양이다.
러시아가 고향인 캄차카불곰(2018년 7월 미네소타동물원에서 촬영)
불곰은 큰곰속 큰곰종에 속하는 곰들의 총칭으로 그 안에는 아홉 종류의 아종(亞種, subspecies)이 있다.
아종은 종(種,species)의 하위 개념으로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사는 서식지가 달라지면서 일정한 수준의 차이를 보이는 집단을 일컫는다.
불곰 중에서는 그리즐리(Grizzly)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회색곰이 유명하다. 시턴동물기의 인기 에피소드인 '회색곰 와브'도 그리즐리에 속한다.
러시아의 불곰 중에서는 시베리아 동쪽 캄차카반도(Kamcharka peninsula)에서 사는 캄차카불곰이 가장 유명하다.
북미의 대표적인 불곰 그리즐리(박제)(2017년 11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촬영)
시베리아의 캄차카불곰이나 북미의 그리즐리 같은 불곰들은 서로 가까운 친척이다. 하지만 이런 곰들은 현재 아시아와 북미라는 서로 다른 대륙에서 살면서 교류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두 불곰들이 지금과 같이 교류 없이, 다른 대륙에서 살게 된 것은 두 대륙 사이에 흐르는 베링해(Bering Sea)와 관련이 있다.
5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까지, 바다의 수면은 지금보다 낮았다. 그래서 지금의 베링해가 잇는 지역에는 베링육교(Bering Land bridge)라는 대륙 연결 통로가 있었다. 그래서 아시아와 북미의 동물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이런 육교를 통해 불곰들도 이동하였다.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베링육교는 사라지게 된다.
그 결과, 시베리아와 북미의 불곰들은 서로 단절하게 되고 차츰 차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아종으로 분화하게 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