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에게도 모성(母性)이 있다
[양병찬 과학번역가] 다음 중에서 새끼에게 젖 주지 않는 동물은? 1. 바퀴벌레 2. 거미 3. 오랑우탄 4.비둘기 5. 답 없음
당신은 '거미에게 모성 따위는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거미 중에는 좋은 엄마도 있다. 이를테면 늑대거미(wolf spider) 암컷의 경우, 알주머니를 휴대하고 다닌다. 그러다 알이 부화하면, 새끼들은 엄마의 등에 올라탄다.
그러나 개미 흉내를 내는 깡충거미(jumping spider)의 암컷은 다른 방침을 채택했다. 놀라지 마시라! 그녀는 새끼들에게 젖을 먹인다. 처음에, 새끼들은 엄마가 둥지 주변에 떨궈놓은 조그만 방울들을 흡입한다. 차츰 성장함에 따라, 그들은 엄마의 상복부 고랑(epigastric furrow)에서 젖을 직접 빤다.
실험실 연구에서, 깡충거미 새끼들은 - 다 자랄 때까지 - 약 40일간 계속 젖을 빠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둥지 속의 거미 가족들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먹을 것을 둥지에 가져다주지 않지만, 새끼들은 처음 20일 동안 길이가 새 배로 커진 것이다(참고 1).
깡충거미 암컷의 젖과 양육에 어떤 이점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1) 연구자들은 그녀의 상복부 고랑에 페인트칠을 함으로써 젖이 나오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그 결과, 젖을 먹지 못한 새끼들은 성장하지 않아, 10일 만에 굶어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연구자들이 20일 후 엄마를 빼돌리자, 다 자란 새끼들은 자구책을 강구했다. 먹고살기 위해, 엄마가 있을 때보다 더욱 빈번하게 먹이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존율은 엄마가 곁에 있을 때보다 낮았다.
그렇다면 거미젖의 정체는 뭘까? 거미젖은 '알 낳는 구멍'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한 가지 아이디어는, 거미의 젖이 -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 영양란(trophic egg)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양란이란, 동물들이 새끼에게 먹이려고 낳는 무정란(infertile egg)을 말한다.
이번에는 거미젖의 성분을 살펴보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거미젖은 인간이 먹는 소젖을 훨씬 능가하는 고단백 식품이다. 연구진이 거미젖의 성분을 분석해본 결과, 1mL당 단백질 123.9mg, 당분 2.0mg, 지방 5.3mg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거미젖의 단백질 함량은 우유의 약 네 배에 해당한다.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행동은 동물, 심지어 거미나 바퀴벌레와 같은 무척추동물 중에서도 드물지 않다. 예컨대 비둘기도 - 새끼가 둥지에 머무는 동안 - 젖을 먹이며, 바퀴벌레(Diploptera punctate)도 그렇게 한다.
그러나 기간(length)과 강도(intensity) 면에서 월등한 깡충거미 암컷의 '젖주기'와 '양육' 사례는, 지금껏 인지능력이 발달한 사회적 척추동물(social vertebrate) - 오랑우탄, 인간, 코끼리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졌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추론한다. "만약 신생아들이 굶을 가능성이 있다면, 또는 모든 새끼들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있다면, 엄마가 양육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납득할 수 있다."
젖주는 거미가 존재한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동물계 전반에 걸쳐 '모친의 양육 및 수유'의 범위를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자손을 돌보는데 얼마나 많은 인지능력이 필요한지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자, 이제 문제의 답을 맞춰보자. 정답은 5번이다.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참고문헌
1.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t3692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11/spider-moms-spotted-nursing-their-offspring-mi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