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사향소가 늑대에 맞서는 방법
[노트펫] 사향소(Musk Ox)는 독특한 반전의 매력을 가진 동물이다. 덥수룩한 털을 가진 사향소의 외모는 영락없이 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사향소라는 이름도 소의 일종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사향소는 동물분류상 대표적인 가축인 소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동물분류상 소과는 소가 속한 소아과와 산양속, 양속, 염소속 등이 속한 영양아과로 양분 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향소는 소아과가 아닌 영양아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즉, 사향소는 혈통으로 소보다는 영양이나 염소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사향소의 서식지는 북극권인 캐나다 북부와 그린랜드다. 과거에는 현재 미국의 영토인 알래스카에도 제법 많이 살았지만 남획으로 모두 멸종되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다시 사향소를 알래스카로 재도입하여 이제는 그 개체수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마치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재도입 사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북미에는 비록 소과는 아니지만 대형 발굽동물에 속하는 사슴들이 많다. 대표적인 대형 사슴인 엘크(Elk)는 9월부터 시작하여 늦어도 11월초에는 짝짓기를 마친다. 그 시기가 되면 수컷들의 호르몬 수치는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고, 스트레스 지수는 극에 달한다.
암컷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에서 패한 수컷들은 기존의 영역에서 떠나 새로운 땅을 찾기도 한다. 이런 치열한 과정을 거쳐 세상에 태어나는 새끼들은 초원에 먹을 게 많은 초여름에 태어나게 된다. 어미 입장에서는 새끼를 키우기에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사향소의 짝짓기 시기는 사슴과에 속한 동물들보다는 다소 이르다. 사슴보다는 2~3개월 빠른 8월이면 사향소의 번식기는 이미 최고조에 달한다. 이는 사향소의 거주지역인 북극권의 겨울은 남쪽보다 일찍 찾아오기 때문이다.
새끼를 기르기 위한 합리적인 번식철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사향소의 세계에서도 다른 발굽동물들처럼 경쟁에서 이긴 수컷만이 미래세대의 아빠가 될 자격을 얻게 된다.
사향소 무리의 새끼들은 나면서부터 무리(herd) 차원의 보호를 받는다. 사향소들은 늑대 같은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 제법 큰 규모의 무리를 이루며 생활한다.
물론 사향소의 5분의 1 밖에 안 되는 체구를 가진 외로운 늑대 한 마리(a lone wolf)가 사향소 무리를 공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마리의 늑대가 무리(pack)를 이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늑대의 힘은 무리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늑대들은 강력한 뿔은 가진 덩치 큰 성체보다는 어린 새끼들을 노린다. 새끼를 지키기 위한 사향소 무리의 저항은 거세다. 사향소는 대형 사슴인 엘크와는 달리 암수 모두 뿔을 가진 동물이다. 그래서 무리를 이루는 암컷들은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새끼들을 지킨다.
사향소들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중갑보병처럼 밀집대형을 이루고 창이나 마찬가지인 뿔을 밖으로 들이민다. 강력한 스크럼(scrum)을 짠 사향소들은 새끼들을 밀집대형 가운데로 모은다.
가장 안전한 곳을 새끼들의 은신처로 제공하는 셈이다. 이런 대형이 깨지거나, 대형에 끼지 못해 홀로 떨어진 개체가 있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늑대는 무리에서 떨어진 낙오자들을 즐겨 사냥하기 때문이다.
사향소들의 이런 밀집방어 전술은 천적인 늑대 무리에게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어수단이다. 하지만 총을 들고 사냥하는 궁극의 포식자 사람 사냥꾼에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다. 오히려 상당히 위험한 대형이 될 수도 있다. 자칫 무리 전체가 한 번에 집단학살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참고 >
이 글의 일부는 유타(Utah)에 있는 브리검영대학교 부설 빈 라이프 사이언스 뮤지엄(Bean life science museum)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을 알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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