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머리 요리의 정체
한여름이면 방송에서는 어김없이 납량 특집을 한두 편 방영한다. 소름 돋는 내용으로 잠시 더위를 피해보자는 의도다. 먹는 음식 가지고도 납량특집이 가능할 것 같다. 세상에는 도처에 엽기적인 음식들이 널려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기로는 중국의 원숭이 머리 요리가 첫째다.
떠도는 소문이나 인터넷에는 살아있는 원숭이 뇌를 먹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청나라 때 만한전석에 등장한 요리, 중국 황제에게 진상한 요리 등등 다양한 정보가 있지만 결론은 언제나 중국의 엽기적인 식습관을 비난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진짜 원숭이 머리 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다거나 혹은 구경이라도 한 적이 있는지? 물론 인디아나 존스 같은 영화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체불명, 출처불명의 사진은 해당되지 않는다. 원숭이 머리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십중팔구 ‘카더라’통신일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사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원숭이 머리 요리는 없다. 그런데 왜 세상 사람들은 “옛날 중국에서는 원숭이 머리 요리도 있었다고 하더라.”면서 엽기적인 소문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중국의 옛 문헌에 원숭이 머리 요리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명나라 때 ‘오잡조(五雜俎)’라는 문헌에서는 임해의 원숭이 머리(猴頭)와 영남의 코끼리 코(象鼻)로 끓인 국이 맛있다는 기록이 보인다. 여기서 임해(臨海)는 지금 중국 절강성의 지역이고 영남(嶺南)은 광동, 광서지역이다.
10세기 후반, 송나라 때 완성된 백과사전인 ‘태평어람(太平御覽)’에도 원숭이 머리 요리가 나오는데 ‘임해이물지(臨海異物志)’라는 고문헌을 인용해 임해지역에 사는 오랑캐들은 모두 원숭이 머리 국(猴頭羹)을 좋아한다고 적었다.
청나라 황실에서도 원숭이 머리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청나라 말기에 황제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서태후를 모셨던 상궁 덕령이 쓴 ‘어향표묘록’에 원숭이 머리 요리가 나온다. 서태후가 좋아한 요리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 중국인들은 원숭이 머리를 먹었다는 소리나 원숭이 머리가 중국 황제에게 진상했던 요리라는 말이 사실처럼 들린다.
하지만 중국 옛 문헌에 나오는 ‘원숭이 머리’는 버섯 이름이다. 오잡조의 내용은 확인이 안 되지만 태평어람은 실제 원숭이 머리가 아니라 버섯이다. 서태후의 음식을 기록한 어향표묘록에도 원숭이 머리는 깊은 산속에서 나는 작물로 국을 끓일 때 사용하며 겨울에 딴 표고버섯과 비슷한데 수량이 극히 적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고 나온다. 생김새가 마치 원숭이 머리를 닮았기에 지어진 이름인데 궁중은 물론 베이징 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숭이 머리를 요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은근한 불에 찌거나 얇게 썰어 볶는데 고기와 함께 요리하면 신선한 맛을 더할 수 있다면서 국으로도 끓인다고 했다. 얼핏 한자 이름만 놓고 보면 원숭이 머리를 놓고 별 짓 다한다며 엽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버섯 요리법을 적어 놓은 것일 뿐이다.
사실 우리도 몰라서 그렇지 원숭이 머리를 먹기는 먹는다. 다만 우리는 원숭이 머리라고 하지 않고 노루 궁둥이라고 할 뿐이다. 원숭이 머리 버섯이 우리나라에서는 노루궁둥이 버섯이다. 중국인들이 원숭이 머리 먹을 때 우리는 노루 궁둥이를 먹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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