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잉꼬·물고기, 손 안대고 혈압 재는 방법이 개발됐다

작은 실험동물의 스트레스 완화: RFID를 이용한 무접촉 활력징후 측정

 

 

[양병찬 과학번역가] 인간의 경우, 작은 장치를 손가락 끝에 부착하거나 청진기를 가슴에 대는 등의 방법으로 활력징후(vital sign)를 간단히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러나 생쥐나 새와 같은 작은 동물들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활력징후를 측정하기 위해 털을 깎거나 깃털을 뽑거나, 심지어 수술과 마취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방법들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 뿐 아니라, 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연구자들은 아주 작은 안테나 또는 창고에서 재고조사할 때 사용하는 RFID 태그(참고 1)를 이용하여 작은 동물의 활력징후를 모니터링하는 비침습적 장치(non-invasive device)를 개발했다.

 

새로운 장치는 일관된 근거리장 감지(near-field coherent sensing) 기술을 이용하여, 동물의 몸에 손 대지 않고 맥박, 심장박동, 호흡을 측정한다(참고 2).

 

'근거리장'이란 RFID 안테나 주변에 형성된 전자기장을 가리키는데, 안테나에서 최대 7cm 떨어진 곳에서 측정치를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 개발된 장치의 경우, 작은 안테나가 전자기에너지파를 동물과 수신기에 각각 발사한다. 에너지파가 동물의 몸에서 반사되면, 수신기가 두 에너지파의 차이를 분석한다.

 

에너지파의 위상(phase) 변화는 호흡이나 맥박을, 진폭의 변화는 심장박동을 탐지하는 데 사용된다. 심장박동과 맥박을 비교하면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시궁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RFID 안테나는 심장박동과 호흡률을 심전도만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FID 안테나는 잉꼬와 베타피시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물론 물속에서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무접촉감지기술(touchless-sensing technology)은 본래 인간의 활력징후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모든 환자의 환자복에 각각 독특한 RFID 태그가 부착되어 있고, 중앙판독장치에서 200명 환자의 활력징후를 동시에 모니터링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RFID 태그는 다른 내부운동 - 이를테면 장(腸)이나 안구(眼球)의 운동을 탐지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생명과학자들은 광범위한 실험동물을, 수의학자들은 이국적인 반려동물을 훨씬 더 인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의 햄스터가 고작 심장박동 측정을 위해 털을 깎는 수모를 겪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라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참고문헌
1.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86819&cid=58369&categoryId=58369
2. Xiaonan Hui and Edwin C. Kan, “No-touch measurements of vital signs in small conscious animals”, Science Advances (2019);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5/2/eaau0169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02/how-do-you-take-hamster-s-pul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