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실외기 망가뜨린 황조롱이 부부에 온정 베푼 입주민

2019.04.01 17:27:00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실외기 아래 둥지를 튼 황조롱이 부부. 암컷(좌)과 수컷(우). 

 

[노트펫] 베란다 바깥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배관을 망가뜨린 황조롱이 부부에게 온정을 베푼 아파트 입주민이 있다.

 

지난달 27일 천안시 한 아파트 13층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를 담당하는 재활관리사들이 출동했다.

 

새 한 쌍과 이 녀석들이 낳은 알을 발견했다는 신고에서였다. 둥지를 틀고, 알을 낳기까지 존재가 드러나지 않던 이들이 발견된 사정은 이랬다.

 

더위가 언제 찾아올지 몰라 에어컨 시험 가동을 하던 입주민. 에어컨을 틀었는데 바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요란한 에어컨 실외기 소리 역시 들려오지 않았다.

 

 

 

실외기를 살펴보니 배관이 끊어져 있었고, 실외기 안쪽에서는 알 4개가 놓여져 있는 둥지가 눈에 띄었다. 그리곤 얼마 안 가 새 한 쌍이 날아와 신경이 곤두선 소리로 울어댔다.

 

출동한 재활관리사들이 현장을 살펴보니 매과에 속하는 황조롱이였다. 천연기념물 제323호로서 도시의 건물에서도 번식한다.

 

황조롱이 부부가 낳은 알들. 

 

이 녀석들은 종종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알을 낳거나 하는데 이번 경우도 그랬다. 실외기 배관을 물어뜯어 해체 지경까지 만들어 놨다는 점이 특이점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결과적으로 좋은 집주인을 고른 셈이 됐다.

 

센터 재활관리사들의 황조롱이의 생태 설명을 들은 입주민은 흔쾌히 5월까지 둥지를 지켜주기로 했다. 황조롱이는 27일에서 29일 정도면 부화하고, 부화 뒤 한 달 정도면 다 자라서 날아가게 된다.

 

 

황조롱이의 어린 새가 실외기 둥지에서 지금까지 추락한 케이스는 매우 드문 편이란다. 안전하게 새집으로 이사할 시간이 생긴 셈이다.

 

혹시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센터 관계자는 "이소하기까지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아파트 옥상 등에 인공둥지를 만들어 어린 새들을 옮겨줄 계획"이라며 "마음씨 좋은 신고자를 만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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