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소년 참사가 부른 英 맹견법 개혁 목소리

2019.04.15 16:08:28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노트펫] 국내에서 최근 도사견과 올드 잉글리시 쉽독 개물림 사고로 대형견 입마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영국에서도 9세 아이의 죽음으로 허술한 맹견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9살 소년의 안타까운 개물림 사고로 영국 맹견법 개혁 요구가 일고 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와 영국 신문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9살 소년 프랭키 맥리치는 지난 13일 새벽 영국 잉글랜드 콘월 카운티에 있는 텐크릭 홀리데이 파크 내 이동주택 안에 홀로 있다가 “불독처럼 생긴 개”에게 물려 숨졌다.

 

지난 13일 불독 믹스견에게 물려 숨진 9세 소년 프랭키 맥리치.

 

영국 경찰은 새벽 5시경 신고를 받고 출동해, 도망친 개를 추적해 붙잡았다. 그 개는 소년 어머니의 친구가 기른 반려견 ‘윈스턴’으로, 사고 당시 어머니를 비롯한 어른들은 인접한 다른 이동주택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견주(28세)를 맹견법 위반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한 후 조사를 마치고 풀어줬다. 현재 경찰은 그 개의 정확한 견종을 조사하는 등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영국 대중지 더 선은 윈스턴이 세이디 토터델의 7살 불독 믹스견으로, 이미 4번이나 개물림 사고를 낸 전적이 있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특히 몇 주 전에 사람을 물어서, 입마개를 하고 다닌 개였다.

 

4번이나 사람을 문 개가 9살 아이의 목숨까지 앗아가자, 영국에서 맹견법 개혁 요구가 거세졌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하원의원들을 비롯한 정치권은 맹견법이 아이들과 어른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노동당 그림자 내각의 환경장관인 수잔 메리 헤이먼은 “이 끔찍한 사건은 정부에 경종이 돼야 한다”며 “건강하고 얌전한 개들이 종종 안락사를 당하는 사이에, 견종에 좁은 초점을 맞춘 맹견법은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영국 맹견법(The Dangerous Dogs Act)은 지난 1991년 도입돼, 핏불 테리어, 일본 도사견, 도고 아르헨티노, 브라질리안 가드 도그(fila Brasileiro) 등 4종을 금지했다.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NHS)에 따르면, 병원에 신고된 개물림 사고는 지난 2005년 4110건에서 지난 2017년 7461건으로 81% 급증했다.

 

하원은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영국 전역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고가 급증해 피해자들이 “대재앙 수준의 부상들”을 입었다며 맹견법 전면 검토를 요구했다. 견종을 명시한 맹견법이 대중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영국 애견협회는 “개물림 사건의 다수는 견주의 무책임한 행동의 결과”라며 “견주가 반려견을 정확히 조련하지 못하고, 충분히 조련하는 시간을 갖지 않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훈련한 탓”이라고 견주를 비판했다.

 

선데이 타임스가 요구한 정보공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5개월간 개 물림 사고의 3분의 1 미만이 금지된 맹견 4종 중 하나와 관련됐다. 즉 금지 안 된 견종이 내는 사고가 맹견보다 더 많다는 통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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