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밍삼총사]①트리밍의 대명사 '푸들'

트리밍(trimming)은‘장식하다’,‘다듬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애견 용어로 사용되면 개의 털을 깎는 것을 의미한다. 소형견들 중에서 트리밍을 하는 가장 대표적인 견종은 뭐니뭐니해도 푸들(Poodle)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푸들 이외에 트리밍을 한 개들을 흔히 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슈나우저(Schnauzer)와 비숑 프리제(Bichon Frise) 같은 개들도 정기적으로 트리밍을 하는 견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트리밍을 하는 대표 견종인 푸들과 비숑 프리제, 슈나우저 3총사의 특징을 연재한다. 먼저 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캉스독스

 

현대사회의 많은 개들은 예전에 비해 확실히 밥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불과 100여 년 전 만해도 개들은 야외에서 양과 소 등 가축을 늑대와 같은 맹수로부터 보호하고, 토끼나 여우와 같은 사냥감들을 추격할 때 맹활약했다. 지금과 달리 집에 있는 개들도 마냥 놀지 않았다. 주인 대신 밤에 불침번을 자처하며 도둑을 잡았다.

 

지금의 개들은 대부분 집에서 주인이 주는 밥을 먹으며,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심심풀이 놀이와 기나긴 낮잠으로 소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필자가 보기에 21세기 도시의 개들의 가장 큰 하루일과는 주인이 퇴근하면 열심히 꼬리치는 정도 같다. 이렇게 적고 보니 너무 냉정한 평가를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푸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전세계에서 다양한 용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밥값을 확실히 하는 유능한 일꾼 그룹에 속한다. 푸들 중 가장 큰 덩치의 스탠다드 푸들(Standard Poodle)은 사냥꾼의 총에 맞아 물가에 떨어진 새를 회수하는 리트리버(Retriever, 회수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물새 사냥개다. 여전히 그런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중간 크기의 미니어처 푸들(Miniature Poodle)과 가장 작은 토이 푸들(Toy Poodle)은 도시에서 인기 있는 애완견이다. 이들은 스탠다드 푸들을 개량하여 만든 소형종이다. 물론 실내에서 키우는 가정견으로도 손색이 없는 개이지만, 푸들은 기특하게도 일을 하는 개를 뜻하는 사역견(working dog) 역할에도 부족함이 없다.


소형 푸들중 일부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고급 식재료로 사용되는 송로버섯의 일종인 트러플(truffle)을 찾는 트러플 도그(truffle dog)의 역할도 한다.

 

트러플을 찾는 일에는 프랑스 등 일부 유럽에서는 돼지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귀한 버섯이 돼지의 무게나 힘에 의해 손상되는 경우가 있다. 작고 예쁜 푸들을 이용하면 돼지와 같이 무거운 동물을 이용하여 버섯을 캐는 것보다는 귀한 버섯을 덜 상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서커스 묘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도 미니어처 푸들이다. 서커스단에서 선보이는 각종 묘기에는 영리한 푸들이 가장 적합한데, 이는 푸들의 학습능력이나 연기능력이 다른 개에 비해 탁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 생각에는 푸들의 예쁜 외모도 서커스 주인공이 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푸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곱슬곱슬한 털을 미용하여 한껏 멋을 부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푸들의 미용은 단순히 외모의 아름다움을 얻기 위한 것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푸들은 앞서 언급했듯 엽사의 총을 맞고 물에 떨어진 물새를 입에 물고 주인에게 가져다주는 사냥개였다. 물새 사냥개로 개량된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와 아메리칸 코커스파니엘(American Cocker Spaniel)과 같이 푸들도 물새 잡이를 위해 만들어진 개였다.

 

곱슬곱슬한 털이 많은 푸들이 물새를 건져오고자 입수하면 털이 젖어 헤엄을 잘 치지 못하므로 심장이 있는 가슴과 관절이 있는 발목 부근의 털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짧게 깎아준 것이 푸들 미용의 유래가 되었다. 심장 근처에 털을 남겨 둔 것은 차가운 물에 갑자기 들어갈 때 생길 수 있는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런데 털을 깎은 푸들의 이런 모습이 애견가들에게 예쁘게 보이자, 사냥개가 아닌 애견으로 푸들을 사육할 때도 트리밍을 시켜 주었다. 결국 실용적인 목적으로 했던 미용이 나중에는 그 개의 본업이 되고 만 셈이다.

 

15~16세기 이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물새 사냥용 대신 트리밍을 한 애견용으로 예쁘고 작은 푸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미니어처 푸들, 토이 푸들이 순서대로 개발됐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