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듀오1415, "유기견 바델, 유기묘 탄찌 만나고 '봄이 온 것 같아'"

2019.05.09 10:00:00    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노트펫] 보컬 주성근, 기타 오지현으로 구성된 감성듀오 1415가 반려견 '베델', 반려묘 '탄찌(코코)'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유니버셜뮤직 소속 1415는 2017년 EP [DEAR:X]로 데뷔한 후, 싱글 '이토록 네가 눈부셔', 'SURFER' 등을 발매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글자 한글자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 써 내려간 듯한 주성근의 가사와 목소리, 오지현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한 음 한 음이 만들어낸 특유의 감성적인 멜로디는 음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주성근은 반려견 베델의 줄을 잡고, 오지현은 반려묘 코코가 담긴 우주선 가방을 메고 현장에 등장했다.

 

"노래 듣고 입덕했는데 외모까지 멋지다"는 팬들의 증언처럼 1415의 등장만으로도 훈훈한 에너지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보통 제가 베델이를, 지현이가 탄찌를 맡는 편"이라는 주성근의 말처럼 인터뷰 내내 주성근은 베델을, 오지현은 탄찌를 돌봤다.

 

주성근은 "사실 케미는 베델이랑 지현이가 잘 맞는 것 같다"며 "둘이 노는 걸 보면 강아지랑 주인이 노는 거라기보단 강아지들끼리 노는 느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훈남듀오 1415와 그들의 반려견 베델, 반려묘 탄찌를 만났다.

 

◇ 이토록 눈부신 '베델'

 

주성근와 오지현은 과거 음악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후 오로지 '음악'이라는 이유 하나로 동거를 시작해 한 지붕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두 남자가 사는 집에 상처를 안고 들어온 아이가 바로 베델이다.

 

4살로 추정되는 베델은 약 4년 전쯤 도로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된 수컷 믹스견이다.

 

쫑긋 솟은 귀와 까맣고 촉촉한 코에 다부진 체격까지 갖춘 개성 넘치게 잘생긴 외모를 가졌다.

 

 

주성근(이하 주): "베델은 음악학원 원장님이 구조하셔서 학원에서 키우던 아이예요. 일산 쪽 도로에 방치돼 있던 애인데, 그쪽에 개농장이 있나 봐요. 자기 살길 찾아서 목줄을 끊고 나온 것 같아요. 다리 한쪽을 절고 있어 원장님이 치료해야겠다고 데려오셨는데, 막상 병원에 가보니 이상이 없다고 그랬대요. 그런데 아직도 자기가 위험하다고 느끼면 한쪽 발을 들어요. 병원에 데려가면 한쪽 발을 들고 있다가 병원 나오면 다시 내려놓죠(웃음)"

 

"처음에서는 짠해서 잘해줬다"는 그는 베델을 집으로 데리고 와 보살피다 결국 가족으로 들이게 됐다고.

 

"이제는 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라며 웃는 그의 얼굴에는 베델을 향한 진한 애정이 가득했다.

 

◇Lovable '탄찌'

 

기적적으로 가족이 된 베델에 이어 탄찌 역시 아픈 사연을 가지고 두 남자의 품에 왔다.

 

푸르스름한 은빛 털이 유난히 매력적인 3살 된 암컷 러시안블루 탄찌는 새끼 때 어느 집 앞에 버려진 유기묘이다.

 

주: "탄찌는 새끼 때 누군가 일부로 고양이를 키우는 집 앞에 버려두고 갔어요. 그 집 친구가 키우려고 했는데 얘가 어릴 때는 약간 깡패 기질이 있었어서(웃음) 그 집 고양이들을 때리고 다녀서 안 되겠다 싶어 물어물어 하다가 결국 지현이랑 제가 키우게 됐어요. 지현이가 너무 잘해줘서 그런지 깡패 같던 건 지금은 완전 좋아졌어요. 그래서 동물도 가정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웃음)"

 

 

"고양이 사진을 보면서 힐링을 한다"는 오지현은 SNS에 본인 사진보다 고양이 사진이 많은 열혈 집사다.

 

오지현(이하 오): "저는 원래 고양이를 너무 키우고 싶었는데 형이랑 같이 살다 보니까…… 그러다 탄찌가 왔는데 처음 봤을 때 정말 너무 작아서 신기했어요. 진짜 요만하게 작은 게 돌아다니니까. 얼굴도 진짜 예쁘고 사랑스러웠어요"

 

사실 오지현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처음에는 열도 날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고.

 

"이제는 적응해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날리는 털 때문에 중간중간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인터뷰 내내 탄찌를 품에 꼬옥 안은 채 꿀 떨어질 듯 세상 달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기 때는 진짜 더 예뻤다"며 "지금도 얼굴은 그대로인데 몸만 길어졌다"고 자랑이 끊이질 않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딸바보’ 아빠 같았다.

 

◇ 베델의 웃음과 탄찌의 시선

 

상처를 가진 두 아이들은 1415를 만나고 새 삶을 살게 됐다. 음악 하는 보호자들을 만난 행운으로 녀석들은 1415의 음악을 제일 가까이서 먼저 듣는 호강을 하고 있다.

 

오: "베델은 기타를 치면 빙글빙글 돌고 땅을 보고 배를 긁기도 해요. 시끄럽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웃음). 그러다 멈추면 쳐다봐요. 저희가 타이틀곡을 정할 때 여러 곡을 들려주면 갑자기 웃을 때도 있어요"

 

혹 작업을 할 때 녀석들이 방해가 되진 않는지 물었다.

 

오: "엄청 방해하죠(웃음). 탄찌는 꾹꾹이를 꼭 작업실에서만 해요. 작업하느라 저희는 바쁜데. 문 닫고 작업하면 문 열라고 울어요. 그러면 열어줄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제가 작업할 때 탄찌는 저를 계속 쳐다보고 있어요. 그럼 뭔가 영감을 받는 것도 같아요"

 

사진=1415 오지현 인스타그램

 

주:"오히려 혼자 작업할 때보다 안정감이 있는 것 같아요. 집중을 못 하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더 집중할 수 있게끔 해줘요. '빨리 끝내고 산책 가야겠다' 이런 거?(웃음)"

 

◇ Cause you're my paradise

 

어느새 두 남자의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은 베델과 탄찌. 어떨 때 녀석들을 가족으로 들이길 잘했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주: "항상 느껴요. 사실 강아지를 키울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잖아요. 외롭거나 귀엽거나. 저 같은 경우는 연민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제가 위로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베델을 보며 정신적으로 좀 안정되는 것도 있고. 되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오: "보통 사람이 외로우면 사랑을 표현하고 싶잖아요. 저는 탄찌한테 많이 하게 되니까 외로움이 많이 사라지고 별로 우울할 틈이 없는 것 같아요. 계속 만지기도 하고. 또 뭔가를 끝내고 집에 가면 공허할 때가 많잖아요. 공연도 그렇고 뭐 힘들거나 할 때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녀석들이 인생에 들어오고 난 후 두 남자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주: "유기묘, 유기견에 대한 인식이 제일 크게 바뀌었어요. 전혀 몰랐었거든요. 당연히 사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걔네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아니까. 그리고 술 먹고 놀러 나가고 그런 것보다 얘네들이랑 노는 게 더 재밌어졌어요. 무엇보다 책임감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소박하지만 따뜻한

 

함께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지 물었다.

 

주: "한순간은 아닌 것 같고요. 베델은 처음 만났을 때 되게 힘이 없고 불러도 안 오고 이렇게 밝지도 않았어요. 유기견들 특징이 초반에 마음을 잘 안 열기도 하는데, 베델도 구석에 가서 누워있거나 만져도 반응이 없었어요. 그러다 처음 집에 데리고 오고 일주일정도 있었는데 부르니까 오더라고요. 그때 마음을 열었구나 싶었어요. 원래 착한 애였는데 일주일 정도 간 본거죠 뭐(웃음)"

 

앞으로 베델과 탄찌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오; "형이랑 계획하고 있는 게 있어요. 베달이는 산책을 많이 다니는데 탄찌는 집에만 있다 보니까 언제 한번 탄찌랑 베델이랑 같이 데리고 한강 산책을 가보고 싶어요"

 

소박한 바람을 담담하게 전하는 그들의 얼굴은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음악을 하겠다"는 그룹명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한 진심으로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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