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같은 강아지, 요크셔 테리어
[노트펫] 인류는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오랜 굶주림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농경 이전의 인류는 사냥이나 채집이 잘 되는 날은 포식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굶는 게 일상이었다. 농경은 이런 불확실한 인류의 삶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바꾸어주었다.
그런데 농사를 하면 잉여농산물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물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고대 인류에게 잉여농산물이라는 존재는 그 전에 없던 것이었다. 잉여농산물은 큰 축복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힘들게 농사를 지어 만든 잉여농산물은 인류의 독점물이 아니었다. 왕성한 식욕을 가진 쥐들에게 그 상당 부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설치류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고양이를 데려오게 된다. 현대 스포츠 경영의 개념을 도입하면 인류는 야생에서 살던 고양이의 선조들을 사람들의 마을로 영구 이적시킨 것이다. 이렇게 인류의 품에 안긴 고양이는 구서(驅鼠) 작업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인류의 굶주림을 막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고양이만 구서작업에 투입된 것은 아니었다. 18~19세기 영국은 산업혁명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산업혁명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던 영국은 뜻밖에도 전문 쥐잡이(ratter)를 개발하여 전국으로 보급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이 개발한 것은 고양이 못지않게 작고 예쁜 요크셔 테리어(Yorkshire Terrier)였다.
영국이 쥐잡이를 개발한 이유는 산업혁명의 중심지인 공장과 공장에 필요한 연료를 채굴하던 탄광에서 번식하던 쥐를 잡기 위해서였다. 쥐는 무서운 전염병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건물이나 갱도의 나무를 갉아먹어서 노동자들의 안전에도 문제를 일으켰다. 그래서 박멸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요크셔 테리어는 원래 요크셔의 개가 아니었다. 이 개의 선조들은 스코틀랜드에서 살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곳 노동자 중 일부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요크셔로 이주하며 같이 그곳으로 데려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요크셔에서 그 개들은 공장과 탄광에 들끓던 쥐를 소탕하게 된다. 이후 개량 과정을 거쳐 이들은 오늘날의 요크셔 테리어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요크셔 테리어는 개의 이름은 이 개가 영국 요크셔라는 곳에서 개량되었고,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소형 사냥개라는 점을 알려준다. 셔(shire)는 한국식으로 치면 군(郡) 정도 되는 지방을 말한다. 따라서 요크셔라는 것은 요크라는 지방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영국산에서 개발된 돼지 품종 중에는 개발 장소의 지명을 따서 요크셔, 버크셔라고 부르는 돼지들도 있다. 테리어(Terrier)는 주로 땅에 굴을 파고 서식하는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는데 적합한 소형 사냥개다.
그런데 요크셔 테리어를 키워보면 개가 아닌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크셔 테리어는 고양이 못지않게 깔끔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약간의 더러움도 참지 못한다.
성격도 그렇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요크셔 테리어의 성격은 결코 따뜻하지 않다. 약간 차갑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요크셔 테리어를 견공계의 고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표현일 것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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